출판사 8곳 명령불복 소송서 이겨
교육부 “판결문 검토 뒤 항소 결정”
교육부 “판결문 검토 뒤 항소 결정”
출판사의 교과서 가격 인상을 틀어막은 교육부의 ‘가격조정명령’에 제동이 걸렸다. 1심 법원이 교육부의 조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는데, 교육부는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4일 도서출판 길벗 등 교과서 출판사 8곳이 교육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가격조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교과서 가격의 산정 방법이나 구체적인 산출 내역을 밝히지 않은 채 교과용 도서 규정만 처분 근거로 제시해 처분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다”며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했다. 이어 “기준 부수는 조정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데도 ‘검·인정도서 가격조정 명령을 위한 항목별 세부사항 고시’는 기준부수 산정 방식을 마련해두지 않았다”며 처분의 근거가 된 고시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총 30종 175개 중 171개에 대해 “출판사들이 교과서 가격을 부당하게 높게 결정했다”며 가격조정명령을 내렸다. 교육부가 초등 교과서 34.8%, 고교 교과서 44.4%에 대해 가격인하명령을 내리자, 출판사들이 이 효력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출판사 27곳이 5건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날 첫 판결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 가격자율화(2009년)와 교과서 선진화 방안(2010년)을 도입했다. 교과서의 쪽수·사진 등이 늘어 가격이 폭등하리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교과서 가격상한제 같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다 출판사들이 고교 교과서 값을 74% 올린다고 발표하자, 지난 2월 뒤늦게 교육부 장관이 가격조정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단서규정을 신설했다.
이강국 교육부 교과서기획과장은 “절차적인 문제만 있다는 건지 실체적인 문제도 있다는 것인지 판결문을 받아봐야 알 수 있고, 항소를 포함한 대응 방안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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