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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화를 통한 진로 찾기 ② 현실(경제적 조건)이란 무엇인가?

등록 2014-12-15 20:07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talk
요즘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미생>이란 드라마가 인기다. 미생(未生)은 ‘아직 살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이 말은 본래 바둑 용어로 ‘집이 아직 완전히 살아 있지 못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 즉 ‘온전하게 산다’고 한다. 완생이 되려면 최소 두 개 이상의 집을 내야 한다. 진로 찾기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가 ‘이상’이라고 부르는 ‘꿈’ 그리고 ‘현실’이라고 부르는 ‘경제적 조건(돈)’ 등이 어느 정도 충족돼야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진로 찾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번 ‘영화를 통한 진로 찾기’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현실’의 소중함에 초점을 둔 영화를 소개할까 한다.

현실, 즉 ‘경제적 조건’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첫 번째 영화는 <원스>(2007)다. 이 영화 속 남자주인공은 가수가 되기를 꿈꾸며 거리에서 기타를 치지만 한편으로는 생계를 위해 진공청소기를 수리하는 일을 한다. 여자주인공은 한때 피아니스트였지만 지금은 남편과 떨어져 홀어머니와 어린 딸을 돌보고 있다. 여자주인공은 생계를 위해 가정부로 일하고 거리에서 꽃과 잡지도 판다.

이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 복잡한 갈등 구조는 물론이고 그 흔한 키스 장면 하나 없는 독특한 멜로영화다. 주인공들의 외모, 직업, 배경을 비롯해 전체적인 줄거리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 주인공들은 각자 이상을 품고 있지만 자기 앞에 주어지는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 잘 대처하면서 각자의 길을 담담하게 걷는다. 만약 음악인 등 예술가의 길을 걷고 싶어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두 번째 소개할 영화는 윌 스미스 주연의 <행복을 찾아서>(2006)다. 이 영화는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증권중개인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의료기기를 판매하던 평범한 세일즈맨으로 활동하다가 어느 날 노숙자가 된 주인공은 아들과 함께 거리를 헤맨다. 주인공은 매 끼니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한다. 추위를 피해 공중보건소로 들어가 아들과 함께 새우잠도 잔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생존하려고 애쓰는 주인공에게 꿈이란 단어는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삶은 ‘이상을 좇는 과정’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투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투쟁의 극단에는 ‘돈의 전쟁’을 벌이는 직업이 있다. 바로 주식 거래 등을 하는 ‘증권거래사’란 직업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증권거래소의 무보수 인턴사원에서 성공한 증권거래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면서 현실에서 ‘돈’, 즉 ‘경제적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는 행복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자전거 도둑>(1948)이다. 유일한 생계 수단인 자전거를 도둑맞은 한 가장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생계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친다. 2차대전 뒤 이탈리아 사회의 빈곤층들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한 가장이 짊어진 생계유지에 대한 부담이 결코 작은 짐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네 번째 소개할 영화는 <주먹이 운다>(2005)이다. 이 작품은 꿈과 현실의 묘한 대립을 그린다.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로 한때는 잘나가던 복싱스타였지만 지금은 생계를 위해 사람들에게 매를 맞으며 돈을 버는 태식. 이런 태식과 딱히 하는 일 없이 빈둥대며 살다가 사고를 쳐서 소년원에 수감된 상환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복서로 신인왕이 되는 것이다. 생계를 위해 다시 글러브를 낀 태식과 자신의 꿈을 위해 복서가 된 상환은 결승전에서 서로 만난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이 작품은 ‘꿈’과 ‘돈’, 즉 ‘이상’과 ‘현실’이란 가치가 대결하는 모습을 두 사람의 결투로 보여주고 있다.

탈무드에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세 가지로 ‘말다툼’, ‘번민’, ‘텅 빈 지갑’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건 ‘텅 빈 지갑’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위 영화들을 보면서 ‘현실’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경제적 조건’들이 진로 찾기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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