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원 두달 넘도록 갚지 않다가
학교가 조사 나서자 뒤늦게 갚아
학교가 조사 나서자 뒤늦게 갚아
한 사립대 교수가 제자한테서 수백만원을 빌리고도 제때 갚지 않는가 하면, 1000만원 가까운 학생회비까지 빌려 썼다가 학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학교가 조사에 나서자 돈을 갚았다. 도제식 교육의 ‘갑을관계’가 돈 문제로까지 이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ㄷ여대 무용과 ㅅ교수는 지난해 7월 무용과 학생회 간부에게 “금방 갚을 테니 300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다. 한달 뒤에는 “학생회비가 얼마 남아 있냐”고 묻고는 “내일 갚을 테니 돈을 더 빌려달라”고 했다. 이 간부는 학생회비 900만원을 더 빌려줬다. 이 학생은 “교수님이 ‘살려달라’, ‘금방 주겠다’는 말까지 했다. 안 되는 줄 알면서 빌려드렸다”고 했다.
ㅅ교수는 다음날 주겠다던 돈을 두달 넘게 갚지 않았다. 과 점퍼를 구입하는 학생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ㅅ교수가 학생회비를 빌려간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ㅅ교수와 학생회 간부는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로 했지만, ㅅ교수는 이 자리에 불참했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은 항의의 뜻으로 ㅅ교수가 주관하는 중간고사와 수업을 거부했다.
ㅅ교수는 지난달 중순에야 빌려간 돈을 모두 갚았다. ㅅ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교 조사를 받았고, 학부형들한테도 사과했다”고 말했다. ㄷ여대는 4일 “진상조사를 마치고 ㅅ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용과 학생들은 소수 학생이 교수에게 도제식 교육을 받는 상황에서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 학생은 “무용계가 좁다 보니 인맥이 중요하다. 전공을 살릴 때 교수님에게 미리 잘해야 뒷말이 안 나오고 덕을 볼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숙명여대 음대 교수 2명이 학생들에게 오선지 등을 강매했다가 파면당하기도 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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