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튿날인 지난해 11월14일 오전 서울 안국동 풍문여고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험표 뒷면에 옮겨온 답안을 채점해본 뒤 대학배치표를 보며 합격선을 가늠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함께하는 교육] 학과 선택 때 알아둘 것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면 몇달 뒤 수시 원서접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학생부 서류 등으로 학생의 전공적합성, 잠재력 등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등이 나오면서 학과 선택은 과거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전공이나 학과에 대한 오해, 편견 등이 많아 대학에 입학한 뒤에 혼란을 겪는다. 목표 학과를 설정하기 전, 관련 학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아두는 게 좋다.
고 3이라면 진학 구체화할 때
언론계 가려면 무조건 신방과?
전공-진로에 대한 편견부터 버려야
계열통합형 융합학과는
공부 범위 넓어 혼란 주기도
학과명 같아도 학교마다 특성 달라
누리집 등 사전탐색 반드시 해야 학과·전공에 대한 낡은 오해는 금물 가장 중요한 건 학생 스스로 전공에 대한 오해가 있진 않은지 살펴보는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특정 전공을 하면 반드시 특정 분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오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김상호 연구원은 “언론인이라고 하면 으레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데 이는 전공-진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라고 말했다. “신문방송학이나 언론정보학을 전공했다고 기자가 못 되는 건 아니지만 모든 기자가 이런 언론 관련 전공자는 아니다. 오히려 언론 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되, 언어·사회학·의학·공학 등 다른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언론 분야에 많이 진출하는 추세다. 언론 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 사실을 모른다.” 언론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언론정보학·신문방송학·커뮤니케이션학·광고학과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 ‘언론 관련 학과들’ 가운데서도 어떤 학과가 나에게 맞는지를 구체적으로 탐색해봐야 한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언론정보학과, 커뮤니케이션학과도 학교에 따라 저널리즘에 방점을 찍느냐, 광고·홍보 분야 커뮤니케이션에 방점을 찍느냐는 다를 수 있다. 학과 선택을 할 때 기존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건 이과생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충고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 김광하 진로진학부장은 “예전에는 기계공학과를 간다고 하면, 단순히 ‘기술자’ 이미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기계공학과를 가고 싶다면 기계나 장비 조작에 대한 흥미는 물론이고 물리학에 대한 관심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전공도 운영방식·졸업요건 달라 ‘글로벌융합’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 학부에 다니고 있는 2학년 이아무개씨는 휴학 뒤 다시 수능을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할 때는 ‘글로벌’, ‘융합’이라는 이른바 ‘취업 잘 될 것 같은’ 학과여서 선택을 했는데 실제 1년 넘게 다녀 보니 배워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오히려 전문성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씨네 학부처럼 최근에는 ‘융합’, ‘글로벌’ 등의 용어를 붙인 학부들이 많아졌다. 일종의 계열통합형 학과들인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배우는 범위가 넓어 진로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면 훗날 어떤 분야로 진출을 하게 될지 막막할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엄익주 교육연구사는 “전공 선택을 할 때 각 대학의 누리집에 나와 있는 교과과정을 면밀히 확인해 보면 어느 정도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다”고 충고했다. “대학들이 기존 운영하던 학과의 이름을 바꾸고 특정 부분을 특화해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전공이라고 하더라도 학교마다 운영방식이나 졸업요건 등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들을 살피다 보면, 해당 학과가 어떤 부분을 특성화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학과 명칭만으로는 그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단국대학교 파이버시스템공학과는 사실 섬유공학과다. 건국대학교 섬유공학과와 비교해 봤을 때, 교과과정상 큰 차이는 없다. ‘섬유 집합체 공학 및 설계’ 등 같은 이름의 교과목을 배우기도 한다. 다만 단국대의 경우 인턴십 등 현장실습에 조금 더 주력하고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역시 섬유공학과였지만 지난 2007년 명칭을 변경하면서 학제를 새롭게 개편했다. 이 학과에서는 정보통신·나노·환경공학 등 다양한 기술을 섬유와 접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소재의 특성에 따라 개발한 제품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도 배운다. 학과 이름이 같더라도 학교마다 인재상이 다르고, 학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도 차이가 있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는 교육대학 소속이고,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는 사범대학 소속이다. 학과 명칭은 같지만 다른 점도 있다.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면 모두 교육학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지만 연세대 교육학과의 경우는 따로 교직이수를 해야 가능하다. 공공기관 학과정보 창구도 많이 열려 있어 원서 접수 전 학과 탐색을 꼼꼼하게 해두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서울시립대 김재우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은 지원하는 대학의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자신의 흥미와 잘 맞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학과와 관련된 ‘지식’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입학사정관은 ‘이런 흥미가 있는 학생이라면 이 학과에 입학해도 좋겠다’고 생각하지, ‘이 학과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이 정도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학과 정보를 구할 때 민간에서 학과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통합정보 누리집을 이용한다. 이럴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엄 연구사는 “다양한 대학의 학과·전형 일정 등이 나와 있는 누리집을 이용할 때는 대학의 공식 누리집에 나와 있는 정보와 내용이 같은지 반드시 한 번 더 살펴야 한다”며, “대학들이 해마다 정보를 바꾸기 때문에 그것이 최신 전형정보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지원하는 학과가 자신의 흥미와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도록 학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정보연구원 진로진학정보센터에는 2명의 전문상담원이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현장 방문 상담도 가능하다. 서울 이외 지역의 학생들은 온라인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당장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알기 어렵거나, 자신의 흥미와 맞는 전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싶은 학생들도 각 지역 교육청 산하 진로진학정보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적성검사 및 진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를 구할 때는 가능하면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 창구를 이용하는 게 좋다. 김상호 연구원은 “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 한국고용정보원의 ‘워크넷’, 경기도교육청의 ‘진로고고’ 등 많은 공공기관에서 전공이나 학과,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데 공공기관 특성상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는 점 덕분에 신뢰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입학 전 선배에게 직접 듣는 전공 이야기 대학·동아리의 전공 정보 프로그램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이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들을 듣게 되는지, 또 필요한 소양이 무엇인지는 전공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됐어요. 특히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알게 된 선배들의 조언이 면접 때까지 도움이 됐죠. 전형 관련 팁이나, 전공에 대해 잘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에 대한 답도 주셨어요.”
건국대학교 생명자원식품공학부 신입생인 김연진씨는 고교생이던 지난해 5월 건국대 전공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식품공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해당 학과가 있는 대학도 많지 않고, 관련 정보도 적어 고민하던 차였다. 김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건국대의 생명자원식품공학부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관한 설명과 진로 정보를 듣고 실험도 직접 해봤다.
전공이나 학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고교생들에게 알기 쉽게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대학도 많다. 건국대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대학들은 전공캠프·오픈컬리지·전공멘토링 등 전공안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선대학교의 경우 교수들이 직접 전남북 소외지역 고교를 방문해 전공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하기도 한다.
대학 재학생들이 자신들의 전공을 고교생들에게 소개하는 전공알림 봉사단을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 각 대학에서 ‘전공알리미’, ‘전공알림단’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들 동아리는 주로 고교에서 요청을 받고 각 전공에서 배우는 세부과목이나 필요한 소양, 졸업 뒤 선택 가능한 진로 등을 설명해주는 일들을 한다.
지난 2013년 연세대학교 자원봉사센터 산하의 동아리 ‘YDMC’에서 활동한 박찬영씨는 “토목공학도 역학이라든지, 재료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데 이런 정보를 모르고 입학한 경우 학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전과를 하기도 한다”며 “학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원서를 접수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했다. 토목공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잘 몰랐는데, 배우게 되는 과목들이 다행히 적성에 맞았다. 고교생들이 학과에 대해 사전정보를 알 창구가 있다면 진로 설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공학의 경우 대체로 물리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리에 흥미가 없는 학생이 기계나 건축·토목공학과에 지원하면 합격을 하더라도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유미 기자
언론계 가려면 무조건 신방과?
전공-진로에 대한 편견부터 버려야
계열통합형 융합학과는
공부 범위 넓어 혼란 주기도
학과명 같아도 학교마다 특성 달라
누리집 등 사전탐색 반드시 해야 학과·전공에 대한 낡은 오해는 금물 가장 중요한 건 학생 스스로 전공에 대한 오해가 있진 않은지 살펴보는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특정 전공을 하면 반드시 특정 분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오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김상호 연구원은 “언론인이라고 하면 으레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데 이는 전공-진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라고 말했다. “신문방송학이나 언론정보학을 전공했다고 기자가 못 되는 건 아니지만 모든 기자가 이런 언론 관련 전공자는 아니다. 오히려 언론 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되, 언어·사회학·의학·공학 등 다른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언론 분야에 많이 진출하는 추세다. 언론 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 사실을 모른다.” 언론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언론정보학·신문방송학·커뮤니케이션학·광고학과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 ‘언론 관련 학과들’ 가운데서도 어떤 학과가 나에게 맞는지를 구체적으로 탐색해봐야 한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언론정보학과, 커뮤니케이션학과도 학교에 따라 저널리즘에 방점을 찍느냐, 광고·홍보 분야 커뮤니케이션에 방점을 찍느냐는 다를 수 있다. 학과 선택을 할 때 기존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건 이과생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충고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 김광하 진로진학부장은 “예전에는 기계공학과를 간다고 하면, 단순히 ‘기술자’ 이미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기계공학과를 가고 싶다면 기계나 장비 조작에 대한 흥미는 물론이고 물리학에 대한 관심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전공도 운영방식·졸업요건 달라 ‘글로벌융합’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 학부에 다니고 있는 2학년 이아무개씨는 휴학 뒤 다시 수능을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할 때는 ‘글로벌’, ‘융합’이라는 이른바 ‘취업 잘 될 것 같은’ 학과여서 선택을 했는데 실제 1년 넘게 다녀 보니 배워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오히려 전문성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씨네 학부처럼 최근에는 ‘융합’, ‘글로벌’ 등의 용어를 붙인 학부들이 많아졌다. 일종의 계열통합형 학과들인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배우는 범위가 넓어 진로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면 훗날 어떤 분야로 진출을 하게 될지 막막할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엄익주 교육연구사는 “전공 선택을 할 때 각 대학의 누리집에 나와 있는 교과과정을 면밀히 확인해 보면 어느 정도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다”고 충고했다. “대학들이 기존 운영하던 학과의 이름을 바꾸고 특정 부분을 특화해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전공이라고 하더라도 학교마다 운영방식이나 졸업요건 등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들을 살피다 보면, 해당 학과가 어떤 부분을 특성화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학과 명칭만으로는 그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단국대학교 파이버시스템공학과는 사실 섬유공학과다. 건국대학교 섬유공학과와 비교해 봤을 때, 교과과정상 큰 차이는 없다. ‘섬유 집합체 공학 및 설계’ 등 같은 이름의 교과목을 배우기도 한다. 다만 단국대의 경우 인턴십 등 현장실습에 조금 더 주력하고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역시 섬유공학과였지만 지난 2007년 명칭을 변경하면서 학제를 새롭게 개편했다. 이 학과에서는 정보통신·나노·환경공학 등 다양한 기술을 섬유와 접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소재의 특성에 따라 개발한 제품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도 배운다. 학과 이름이 같더라도 학교마다 인재상이 다르고, 학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도 차이가 있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는 교육대학 소속이고,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는 사범대학 소속이다. 학과 명칭은 같지만 다른 점도 있다.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면 모두 교육학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지만 연세대 교육학과의 경우는 따로 교직이수를 해야 가능하다. 공공기관 학과정보 창구도 많이 열려 있어 원서 접수 전 학과 탐색을 꼼꼼하게 해두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서울시립대 김재우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은 지원하는 대학의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자신의 흥미와 잘 맞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학과와 관련된 ‘지식’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입학사정관은 ‘이런 흥미가 있는 학생이라면 이 학과에 입학해도 좋겠다’고 생각하지, ‘이 학과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이 정도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입학 전 선배에게 직접 듣는 전공 이야기 대학·동아리의 전공 정보 프로그램
2014년 5월 열린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전공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실험에 참가하는 모습.
건국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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