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도봉구 월천초등학교에서 열린 ‘프로젝트 웨트’ 물 교육 프로그램의 ‘내가 이 땅의 주인이라면?’ 활동에 참가한 6학년 5반 아이들이 모둠별로 활동지에 그린 강과 주변의 모습을 이어붙여 상-중-하류로 이루어진 큰 강 하나를 완성했다.
물 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 WET’
지난 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월천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 커다란 지구본 모양의 공이 교실 안을 날았다. 오수경 강사가 던진 공을 한 학생이 양손으로 잡았다.
“오른손 엄지가 어디에 닿았나요?”
오 강사의 질문에 공을 잡은 학생이 답했다.
“바다요.”
오 강사가 던진 공을 잡은 4명의 학생들 모두 ‘바다’라고 답했다. 지구상의 물이 많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한 ‘지구를 찍어라’ 활동이다. 지구 표면의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지구본 공을 많이 주고받을수록 엄지손가락이 바다 위에 있을 확률은 70%에 가까워진다.
공을 주고받던 아이들은 모둠별로 물이 가득 찬 1000밀리리터(㎖)들이 메스실린더와 스포이트를 들고 앉았다. 지구상의 물을 1000밀리리터로 환산했을 때,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활동이다. 전체 물 가운데 짜지 않은 물 ‘담수’(민물)의 양이 30밀리리터, 그 가운데 빙하나 만년설이 아닌 ‘녹아 있는 물’이 6밀리리터다. 학생들은 메스실린더의 물을 스포이트로 퍼냈다. 실린더의 물이 약 1.6센티미터가량 남았을 때, 오 강사가 앞에 있던 학생의 손등에 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방금 제가 학생의 손등에 떨어뜨린 물이 71억 지구의 인구가 모두 나눠 마셔야 하는 물의 양입니다.”
비영리기관 프로젝트 WET서
물 중요성 알리는 수업
절약·수질오염 등 환경 교육 넘어
문명 속 물 이야기 펼쳐놓고
물 이용한 조상의 지혜 등도 탐색
각종 교과 연계 학습도 가능해
22일 ‘물의 날’ 맞아 시도해볼만
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을 해온 국제적 비영리기관인 프로젝트 웨트(WET·Water Education for Teachers) 재단은 1984년부터 세계 60여 나라에서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같은 이름의 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 웨트는 ‘지구를 찍어라’, ‘소중한 물 한 방울’을 비롯해 ‘건포도와 포도를 활용해 알아보는 몸속의 물’ 등 총 11개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진행한 교육은 다양한 프로젝트 웨트 프로그램 가운데 4가지 활동이었다. 첫 시간에 오 강사가 ‘소중한 물, 절약의 중요성’을 주제로, 두번째 시간에는 김은구 강사가 ‘물과 사회’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물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물의 소중함’, ‘수질오염’ 등의 주제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 프로그램은 물의 사회적 의미 등에도 주목했다. ‘물’이라는 소재로 과학과 사회 수업을 모두 할 수 있다.
“먼 옛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만들고, 문명을 탄생시킨 곳에는 늘 강이 있었어요.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강 상류에 있는 사람들이 하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더러운 물을 막 흘려보내면, 하류 사람들은 잘 살 수 없겠죠? 그런 점에서 나뭇가지로 엮은 ‘물챙이’를 개울에 가로질러 설치해 오물이 아랫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한 조상들의 지혜는 본받을 만합니다.”
김 강사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파란 물결이 그려진 코팅지를 한 장씩 들고 바닥에 모여 앉았다. 김 강사는 22명의 학생들을 3개 모둠으로 나눈 뒤, 모둠이 각각 ‘상류’, ‘중류’, ‘하류’를 담당하도록 했다. ‘내가 이 땅의 주인이라면?’ 활동은 자신이 강 주변에 살고 있다는 가정 아래 땅과 강의 모습을 꾸미는 프로그램이다.
“돌로 물 댐을 만들면 쓰레기가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상류 모둠의 백민주양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자 문승주양이 “중간에 물을 끓여서 내려보내면 조금 더 깨끗한 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덧붙였다.
각 모둠 학생들은 강물에 쓰레기처리장을 설치하거나, 강변에 친환경 소재 집을 짓는 등 상상력을 마음껏 펼쳤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바닥에 하나로 잇자, 상-중-하류로 이루어진 하나의 큰 강이 완성됐다. 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아이들은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부분을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했다.
이지석군은 “집집마다 수돗물이 나오니까 ‘우리집 물’인 줄 알았는데,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같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임가은양은 “물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특히 강 하류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 것 같은데, 어른들도 함께 물을 깨끗이 아껴 썼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었다.
오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환경교육센터 박지연 팀장은 “물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사회·과학 수업에 다양한 물 교육 활동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웨트를 통해 물 환경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원하는 학교나 물 환경 교육 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프로젝트 웨트를 진행하고 있는 풀무원 샘물(sybae@pulmuone.com)에 연락하면 된다. 풀무원 샘물은 사단법인 환경교육센터와 함께 매년 여름 물 환경 교육 지도 강사 양성과정을 무료로 연다. 올해는 8월부터 약 두 달 동안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풀무원(www.pulmuonewater.com)이나 환경교육센터 누리집(www.edutopia.or.kr)을 참고하면 된다. 물사랑 누리집(www.ilovewater.or.kr)에서도 물 교육 관련 애니메이션, 물 게임 등 다양한 물 교육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물 중요성 알리는 수업
절약·수질오염 등 환경 교육 넘어
문명 속 물 이야기 펼쳐놓고
물 이용한 조상의 지혜 등도 탐색
각종 교과 연계 학습도 가능해
22일 ‘물의 날’ 맞아 시도해볼만
오수경 물 교육 강사가 지구본 모양의 공을 들고 학생들에게 ‘지구 표면의 물의 양’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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