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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캠퍼스 전관예우’ 된 석좌교수제

등록 2015-03-18 19:41수정 2015-03-19 09:01

성추행 박희태·재판개입 신영철 등
대학들 무분별 초빙으로 갈등 번져
교육 역량보다 사회 영향력 중시
“교수로 적합한지 검증단계 있어야”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사건’ 재판 개입으로 대법관 자질 논란을 빚었던 신영철 전 대법관, 3부 요인 출신으로 골프장 캐디 성추행이라는 초유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공통점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학의 ‘석좌교수’로 초빙됐다는 점이다. 논란이 일자 신 전 대법관을 초빙한 단국대는 “강의 활동 등을 최소화하겠다”고 했고, 건국대는 박 전 의장의 석좌교수 재위촉을 철회했다.

석좌교수는 대학 자체 예산이나 기업 출연금으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석학들을 ‘모시는’ 제도다. 국내 대학의 경우 자체 예산을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 취지와 달리 대학의 평판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들은 저마다 석좌교수 초빙 기준을 두고 있는데, 석좌교수가 되는 이들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공공기관 임원, 언론인 출신이 많다. 석좌교수의 본래 취지에 맞게 후학들을 위해 학문과 경륜을 펼치는 이들도 많다. 반면 이들을 ‘모시는’ 대학들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 단시간에 학교 평판을 높이고 학교 경영에 도움을 받으려고 석좌교수를 초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 쪽의 큰 목적 중 하나는 ‘간접광고’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18일 “석좌교수가 외부 활동을 하면 학교 이름이 계속 언급되는데, 이를 통해 대학 홍보 효과를 함께 얻게 된다. 그래서 같은 조건이면 가급적 명성이 있는 분을 모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도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 건물도 올리고 임대사업과 수익사업도 하면서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권력이나 인맥을 가진 분을 석좌교수로 위촉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또 다른 사립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기업 사외이사를 모시는 것처럼 석좌교수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석좌교수 선정과 임용은 어떻게 이뤄질까. 나름의 규정은 있지만 동문 여부와 교수와의 친분, 인맥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석좌교수는 대개 1년 단위로 재위촉되며 활동비나 특강료를 받는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충남도지사에서 물러난 뒤 우송대 석좌교수로 1년4개월간 있으면서 1시간짜리 강의를 여섯번 하고 5500여만원을 받아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연세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40일 동안 374만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석좌교수 제도가 ‘신분세탁’ 용도나, 다른 자리로 갈아타기 전에 잠시 머무는 ‘정류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남기씨는 지난해 3월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초빙됐지만 첫 학기를 끝내기도 전에 케이티(KT)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옮겨갔다. 서울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석좌교수도 근본적인 역할은 연구와 교육인데, 이런 학문적 배경 없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건 문제가 있다. 최우선적으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요구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한번 왔다가 가는 제도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석좌교수의 강의를 꺼리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단국대에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신영철 전 대법관의 ‘석좌교수 임용 반대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김병열 법과대 학생회장은 “법관 재임 때 사법의 공정성을 훼손한 인물이 석좌교수로 임용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 신 전 대법관이 학생들 등록금으로 석좌교수 혜택을 보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신 전 대법관과 함께 단국대 석좌교수로 임용된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이사 역시 과거 학력 위조 논란으로 학생들이 임용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석좌교수 제도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 중에서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는 이를 석좌교수로 임명하는 한 국립대 관계자는 “대학 밖에서 인정받은 이들이 대학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이에 대한 검증 절차는 갖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환 방준호 허승 김미향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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