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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화장하는 아이들 속마음엔 뭐가 있을까

등록 2015-04-06 19:51수정 2015-04-07 08:39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사춘기 아이들에게 외모는 중요한 부분이다. 자신의 몸에 대한 이미지, 그것을 바탕으로 한 또래 관계에서의 자기 위치 설정, 자신감에 많은 영향을 준다. 외모 꾸미기는 단순한 자기표현의 영역을 넘어서 또래 집단의 영향력과 결부되어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상담을 받으러 온 아이가 “화장 안 한다고 피해요”라며 친구에 대한 고민을 얘기한 적이 있다. 유치원 때부터 가장 가까운 친구였는데, 중학교 들어와서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자신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고 했다. 다른 친구를 통해 들은 얘기가 “너 화장도 안 하고 그래서 같이 다니기 좀 그렇다고 하더라”였다. 자기는 아직 화장에 관심이 없는데, 걔 마음에 들기 위해서 화장을 해야 하는 건지 고민된다고 했다.

화장하는 아이들에 대해 걱정하고 단속하는 상황에서 초점이 안 맞는 고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일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일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또래의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비치고 평가받는가는 중요하다. 이질적인 것에 대한 배척이 심한 시기라 또래의 문화에 동조하지 않으면 소외되고 따돌림으로까지 이어지기 쉽다.

위 사례와는 반대로 화장을 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들은 “엄마가 너무 간섭을 많이 해요”, “다른 애들도 이 정도 화장은 다 하는데 나만 못 하게 해요”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부모들은 “가방에 화장품이 잔뜩 있어서 뺏었다. 지금은 화장 안 해도 충분히 예쁠 나이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또 제지하기에는 화장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인 부모도 많다. “쟤가 왜 저럴까, 저게 뭐가 좋다고, 너희 땐 화장 안 해도 예뻐 보이는데, 나중에 후회할 텐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뭐라고 하면 자꾸 부딪치고 관계가 나빠지니까 화장 정도는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은 화장이 노는 아이들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마치 쌍둥이들처럼 파우더 팩트로 마무리한 완전 뽀얀 얼굴, 검은색 아이라인으로 크고 또렷해진 눈, 붉은색 립틴트를 바른 입술로 다니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복잡한 심정이 절로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외모에 신경 쓰느라 공부에 소홀해지거나 다른 문제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그 불안을 애써 감추고 지금 이 시기에 그런 화장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 같지 않다. 그냥 “또 마음대로 하려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시작되었구나”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가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어쩌면 공부하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더 신경 쓰이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면서 흡연, 음주, 수위 높은 이성교제 등의 일탈로 이어질까 하는 걱정이 더 클 수도 있겠다.

아이들도 화장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어른들의 부정적이고 걱정 어린 시선들도 알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가정과 학교에서 많이 부딪치고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그렇게 화장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단순히 사춘기의 반항이나 문제행동이라고만 본다면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라고 있는, 어른이 되고 있는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주장해보고 싶은 건 아닐까. 또는 허하고 약한 자신과 결점을 가리고, 더 강하고 매력 있는 사람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아닐까. 이런 이유라면 무조건 금지한다고 될 건 아니다.

물론 아이들의 화장은 교복 바지의 변형이나 짧은 교복 치마와는 다른 문제다. 그냥 무조건 허용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위해성이 있다. 그래서 더 적절하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 화장을 통해서만 자신의 개성 표현, 자기만족 추구, 자신의 결점 보완을 하려 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다른 영역에서의 표현이나 다른 가치 영역의 채움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시기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준다고 느낄 때에만 상대 어른의 말에 귀 기울인다. 무조건 강요하거나 지시할 때는 아예 더 싫어하는 짓을 한다. 화장 문제 또한 관계의 문제로 풀어나가야 한다. 적절하고 도움 되는 정보도 좋은 관계에서만 통하기 때문이다.

우선,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축하해주자. 아이의 눈이 다른 곳을 향하는 그 순간을 잘 포착해서 같이 호응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 ‘실수가 많고 잘하는 게 많지 않아도 네가 좋아. 넌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마음이 아이에게 더 많이 전해질 수 있도록 따뜻한 웃음으로 아이를 바라봐야겠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오늘도 상담실에 오는 아이들을 만날 때 외모를 눈여겨본다. 몸의 청결 상태에서부터 옷매무새, 머리 스타일 등을 또래의 수준과 견주어 보고, 아이의 일상생활에서의 적응 수준이나 정신건강의 정도를 판단하는 주요 참고사항으로 마음에 넣어둔다. 자신을 가꾸는 것은 자기 사랑의 첫 번째 증거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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