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리포트] 이 아이들이 자라 노동자가 됩니다
진보교육감 후보들 당선뒤 모르쇠
일부는 관련 예산조차 마련 안해
시민사회 협조 등 해법 없지않아
정치성향이 아니라 의지가 문제
진보교육감 후보들 당선뒤 모르쇠
일부는 관련 예산조차 마련 안해
시민사회 협조 등 해법 없지않아
정치성향이 아니라 의지가 문제
“노동·인권 교육을 강화하겠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내놓은 3대 공동 공약의 하나다. 이런 약속 등에 힘입어 전체 17곳 가운데 13개 시·도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지만 일부 지역에선 관련 예산조차 마련하지 않아 최소한의 의지도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겨레>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예산을 분석한 결과, 2015년 본예산에 노동인권교육을 위한 사업 예산을 따로 배정한 곳은 서울·광주·대전·강원·충북·충남·제주 등 7곳뿐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추경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예산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한 교육청의 직업교육 담당자는 “예산이 한정돼 올해는 어렵고 앞으로 서서히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지방교육재정이 빠듯하긴 하지만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참여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 예컨대 진보교육감 2기를 맞은 광주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부담 등으로 ‘예산 대란’을 겪었지만 시민사회와 협조하며 노동인권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노동인권단체인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강사단을 활용해 지역의 특성화고 전체 학급(123곳)과 일반고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엔 일반계고 50개 학급에 강사비를 지원했고 올해는 지원 대상을 100곳으로 늘렸다.
광주시교육청 민주인권생활교육과의 박수희 상담사는 “지난해 노동인권 교과과정을 운영할 교재를 개발해 관내 중·고등학교에 보급했다. 올해는 교육과정에 선택교과로 ‘노동인권’ 과목을 도입하고 지난해 개발한 교재를 인정교과서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진보 성향의 이청연 교육감이 이끄는 인천시교육청은 2015년 예산안에 노동인권교육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주요 업무계획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보수·중도 성향의 설동호 교육감이 있는 대전시교육청의 상황과도 비교된다. 대전시교육청은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해오던 노동인권교육을 일반계고와 중학교까지 확대하는 데 올해 15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 인천지역의 한 노동인권단체 관계자는 “노동인권교육은 학생들의 안전 등과도 직결돼 있어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보단 의지의 문제임이 드러난 셈”이라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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