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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만화 말풍선 영어 문장으로 채우기’ 등 흥미 이끈다

등록 2015-04-20 20:29수정 2015-04-21 10:32

[함께하는 교육] 수행평가 이색 사례
경기 이매고등학교 김현숙 교사는 협동과제를 통한 수행평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학기 초에 구성한 모둠으로 한 학기 동안 함께 힘을 모아 수행과제를 한다. 사진은 모둠원들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이 팔꿈치로 풍선을 옮기는 활동을 하는 모습. 김현숙 교사 제공
경기 이매고등학교 김현숙 교사는 협동과제를 통한 수행평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학기 초에 구성한 모둠으로 한 학기 동안 함께 힘을 모아 수행과제를 한다. 사진은 모둠원들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이 팔꿈치로 풍선을 옮기는 활동을 하는 모습. 김현숙 교사 제공
중간고사가 다가오는 요즘, 학생들은 지필평가를 위한 교과 공부와 수행평가로 바쁘다. 교과서의 내용을 정리하게 하거나, 쪽지시험을 보는 등 단순한 수행평가 과제도 많지만, 다양한 활동을 유도해 교과에 대한 흥미를 높이려는 수행평가 사례도 많다.

중간고사 다가오며 학생들 바쁘지만
색다른 활동과제로 긴장 풀 수도 있어
주변 지역 관찰하며 한자공부하고
연극 토론·나만의 끼 뽐내기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지필시험 부담 덜어

동네 돌며 한자어 간판 찾아 뜻 추론하기도

“한문을 정말 싫어했는데, 이 수행평가 덕분에 한문에도 흥미를 갖게 됐어요.”

충북 청주 원평중학교 3학년 이다혜양의 말이다. 이양은 지난해 한문 수행평가로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 상호명에 담긴 의미를 한자로 추론해보는 과제를 했다. 학생들은 각자 간판 상호명·제품명에 들어간 한자어를 10개 이상 찾아, 해당 한자어에 담긴 의미를 다양하게 추론하고 이름을 지은 사람의 의도를 분석해 발표했다.

‘간판에 숨은 한자 찾기’로 불리는 이 과제는 학생들이 한자의 특성을 깨닫고, 나아가 단순히 ‘무조건 외우는 과목’이라고 여겨지던 한문교과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 “한자는 작은 부분이 바뀌어도 뜻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잖아요. 한글 단어를 놓고 한자어를 만들 때 ‘이런 것이 들어가면 맞겠구나’, ‘여기에 이런 뜻을 포함한 한자가 들어가면 어떨까?’ 등의 생각을 하다 보니 한자를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것도 알게 됐어요.” 3학년 박서영양의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동네를 돌며 간판 사진을 찍고, 간판 속 단어들이 어떤 한자로 이루어져 있을지 함께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한자를 ‘갖고 놀게’ 됐다. 이양과 함께 과제를 한 조은빈양은 “다양한 간판을 관찰하다 보니,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간판들도 자세히 보게 됐어요. 더 많은 간판을 찾아 옆 동네까지 탐방했어요. 덕분에 한문 수행평가를 핑계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기도 했었죠”라며 웃었다.

원평중 한은순 교사는 ‘배움의 공동체’ 교사 연수에서 청주 용성중 고봉산 교사의 수행평가 사례를 듣고,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 학생들의 평가에 활용했다. “어떤 학생은 가족끼리 제주도 여행을 가서 제주도에 있는 간판으로 과제를 해왔어요. ‘선생님, 이 과제가 아니었으면 여행을 이렇게 알차게 할 수 없었을 거예요’라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고 교사는 “무턱대고 외우라고 하기보다는 일상생활 가운데 한자어가 얼마나 많은지, 한자를 왜 배워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인식할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에 기획했다. 수행평가는 교과서만으로 배울 수 없는 특정 교과의 매력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동물옷 입고 연극하며 토론하는 가정시간

“스톱!”

“플레이!”

교실 중앙에서 펼쳐진 친구들의 연극을 보던 학생들이 극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계속되도록 신호를 한다. 관객인 학생들의 책상은 무대를 기준으로 양옆에 늘어서 있다. 연극 내용은 동물들에게 항생제가 들어 있는 사료를 먹이는 농장, 가축들이 자유롭게 건강한 풀을 뜯으며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가족형 농장 두 공간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 동물 옷을 입은 학생 배우들은 각 농장에 사는 동물들 각자의 처지를 대변했다.

경기 성남 이매고 김현숙 교사가 보여준 영상 속 장면이다. 이 영상은 식품을 소비할 때 비용 대비 효용이 높은 것을 찾는 ‘합리적 소비’ 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동물 학대, 비윤리적 사육 등 윤리적 가치를 고려한 소비 방식인 ‘윤리적 소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팀이 펼친 연극을 담고 있다. 김 교사는 연극을 교육에 활용하는 디아이이(DIE·Drama in Education) 모형을 수행평가 도구로 활용하며 학생들의 활동을 촬영했다.

연극 소집단과 논쟁 소집단으로 나뉜 각 팀의 구성원들은 각자가 속한 집단에 따라 수행과제를 한다. 연극 소집단은 자신들의 가치관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연극 대본을 만들고, 연기 연습을 한다. 논쟁 소집단은 자신과 상대 진영의 주장에 대해 연구하고, 인터넷 등을 참고해 다양한 근거를 찾는다.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한 학생들은 <타임>지의 기사까지 인용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역할을 주는 수행평가의 장점은 학생들 각자의 열정을 맘껏 펼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 있다”며, “특히 가정 과목의 경우 실생활에 밀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세계 여러 나라의 옷을 직접 입어보고, 문제점을 개선해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는 시간도 마련했었다”고 설명했다.

“가정을 단순히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단순히 외워서 시험을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과목 안의 다양한 내용과 관련 있는 이슈를 뽑아 토론하면서 아이들의 창의성과 논리력·적극성을 키울 수 있어요.”

세계 여러 나라의 복식형태를 공부하기 위해 직접 각국의 민속 의상을 입어본 학생들. 김현숙 교사 제공
세계 여러 나라의 복식형태를 공부하기 위해 직접 각국의 민속 의상을 입어본 학생들. 김현숙 교사 제공
평가 과정에서 숨은 재능 펼쳐보이는 학생도

서울 강동구 천호중 송형호 영어교사는 학생들에게 평범한 수행평가 과제를 주지만, 학생들이 내놓는 결과물은 매번 다양하다. 학생들은 영어시간에 배운 내용을 만화로 그려서 해당 단원에서 배운 영어 문장을 활용해 말풍선을 만드는 ‘만화 학습지’ 활동을 하거나, 가사를 외워 팝송을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유시시(UCC) 영상을 수행평가 과제로 제출한다. 각 영단어의 의미를 보여주는 그림을 알파벳 위에 그려넣은 ‘타이포셔너리’ 작품을 제출하는 학생도 있다.

송 교사가 내는 과제는 각자 맡은 교과서 페이지의 어휘를 정리하는 것이다. 한데 학생들의 결과물이 다양한 데는 까닭이 있다. ‘각자 관심 있는 방법을 활용해 영어 공부를 해도 좋다’는 조건 때문이다.

학생들은 결과물을 송 교사의 수업카페에 올린다. 카페는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친구들 앞에서 뽐낼 수 있는 ‘멍석’이 된다. 다른 친구들의 프로젝트를 관찰하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지난 1995년, 송교사는 성적이 매우 낮았던 한 학생이 만화를 잘 그리는 것을 보고 ‘영단어를 그림으로 표현만 해보라’고 제안했다. 그 학생이 15개의 훌륭한 단어만화를 그려온 것에 깨달음을 얻은 송 교사는 20년이 넘도록 학생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영어를 즐길 수 있게 돕고 있다. 그는 “가장 좋은 학습법은 학생들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다른 학생들을 가르쳐 보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학생들마다 재능이 다릅니다. 각자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다른데, 모두 같은 방법으로 수행평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영어를 공부하게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구실입니다. 영어에 대한 흥미도 채우고 학생들의 자존감도 높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죠.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보다 학생들이 서로를 통해 잘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덕션 매니저’라고 생각합니다.”

교사-학생 피드백 활발해져 교육 단점 보완

이색 수행평가를 활용하는 교사들은 입을 모아 “수행평가를 잘 활용하면 일방향적 교육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모둠별로 함께 프로젝트형 수행평가에 참가할 경우 동료평가나 자기평가 항목을 넣어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과 자신의 활동 내용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줄 수 있다.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함께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협동심을 기르는 등 인성교육 면에서도 좋은 점이 많다.

학업성취도만을 평가하는 지필평가 비중을 줄이고 서술형 답안이나 수행평가 비중을 늘려 학생과 교사 간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 교사는 “한 단원당 학습요소는 5~6개 정도예요. 3개 단원을 시험 본다고 했을 때, 15~20문항이면 충분히 학업성취도를 평가할 수 있죠. 100점 만점의 경우 30~40점만 지필평가로 하고, 나머지를 수행과 서술형 평가로 맞춰 아이들이 끊임없이 배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적인 면에서 좋다고 봅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친구와 얼마나 협력했나 등 중시해

국제공인학위과정 IB의 평가체계

국제공인 학위과정 아이비(IB)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하고 모든 과정을 평가에 반영한다. 사진은 아이비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서울외국인학교의 학생들이 과학교과 실험에 참가하는 모습.   배기성 컨설턴트 제공
국제공인 학위과정 아이비(IB)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하고 모든 과정을 평가에 반영한다. 사진은 아이비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서울외국인학교의 학생들이 과학교과 실험에 참가하는 모습. 배기성 컨설턴트 제공
최근 학교에서 시행하는 수행평가 가운데에는 단순 학업성취도평가 대신 공동의 학습결과물을 만드는 식의 프로젝트형 과제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지식을 접하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교과교육은 물론 인성교육 면에서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의 많은 교육과정에서 프로젝트형 평가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세계 국제학교 가운데 약 4000개교가 선택하고 있는 국제공인 학위과정 ‘아이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1958년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비영리단체 아이비오(IBO)가 개발했다. 자주 거주지를 옮기며 근무해야 하는 외교관, 기업 주재원, 군인 등의 자녀들이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일관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세계 어느 국가의 대학에 지원하더라도 일정한 학업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비 과정의 평가는 목적과 객관성이 분명하다.

아이비 과정에서 학생들을 평가할 때 기준 삼는 것은 각 과목 수업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에서의 성실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실성은 지필평가에서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얼마나 다양한 도구를 활용했는지, 프로젝트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동료 학생들을 얼마나 잘 도와주었는지 등이 ‘성실성’의 척도다.

방콕 국제학교(ISB·International School Bangkok)에서 아이비 과정의 교사로 근무했던 배기성 국제학교 컨설턴트는 “아이비에서는 지필과 수행평가를 구분할 필요 없이 모든 평가가 프로젝트형 수행평가”라고 말한다.

“아이비는 ‘혼자 잘난’ 우등생을 가장 싫어합니다. 어려서부터 스포츠 등 야외활동, 독서토론을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협동 결과물을 제출하게 하죠. 과제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결과물을 낼 때까지, 모든 과정이 평가에 포함됩니다. 친구들 간의 관계는 물론 최종 결과물 이전에 내는 1, 2차 발표 등 중간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비에서는 평가의 목적을 협동심, 갈등 해소 및 조정능력, 인권의식, 창의력 및 탐구력 개발 등으로 정의한다. 교사들은 6개의 평가항목별로 학생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하는데, 이 평가서에는 학생들의 활동에 대한 상세한 기록과 사진 등이 들어간다. 평가서의 내용은 각 지역 아이비오 지역 대표부를 거쳐 스위스 제네바의 아이비오 본부의 심의를 거쳐야 공식적인 기록이 된다.

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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