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7년째 재단이사장을 맡아온 박용성 이사장은 “대학은 사회가 원하는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며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대학의 기업화’ 논란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박 이사장은 취임 직후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수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했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좋은 원료를 쓰는데, 대학은 좋은 학생을 마음대로 뽑지 못한다”며 대학입시에서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한 ‘3불 정책’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식 대학 운영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누적된 불만은 지난 2월 말 박 이사장이 주도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두고 결국 폭발했다.
박 이사장은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을 누르기 위해 대기업에서 쓰는 노무관리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 중앙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박 이사장은 이메일 등을 통해 “그들(반대 교수)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 “언젠가 이 전쟁이 끝날 때 그들을 꽃가마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줄 생각이 잠자리 눈곱만큼도 없음을 중앙대 인사권자로서 분명히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박 이사장은 노무사와 로펌은 물론, 홍보컨설턴트를 통해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한 교수들의 반발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 반대활동을 하는 인간들을 교수로 보지 않는다. 사사건건 시비만 하는 악질강성노조로 본다”, “강성노조로 생각해 노사문제 해결 방안을 원용하는 것이 답”, “불법 노동운동으로 간주해 처리”하라며 ‘사용자’적인 인식을 강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또 중앙대의 기업식 구조조정에 우호적인 언론사를 통한 여론 조성 작업을 지시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중앙대 직원 등에게 “좌측 신문은 포기하고 나머지 언론에 중앙대 조치가 심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방안이 무엇인가 물어라”, “전쟁중이다…언론사에 댓글 올리는 작업도 계속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학생 있으면 무시하라. 사무 착오로 학습능력이 없는 아이가 입학한 케이스”라며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중앙대 쪽은 “박 이사장이 내부적으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지 공식적으로 어떤 지시를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