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자치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앞두고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유죄 선고로 중도하차 위기에 놓이자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정부·여당이 앞장서 내놨던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을 보수 단체와 언론이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제도보다 더 문제’라고 짚었다.
26일 한국교직원총연합회(교총)의 보도자료를 보면 “조희연 교육감마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것은 교육감 직선제가 갖는 구조적 문제점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부정·비리 등의 현실적 폐해를 가져오는 교육감 직선제의 위헌성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총은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에 교육감 직선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 중이다. 조 교육감의 유죄 선고 뒤 보수 언론도 일제히 사설과 1면 머릿기사 등을 통해 교육감 직선제 무용론을 주장하는 등 ‘군불 때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위원회는 해당 보고서에서 “교육감 선출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거나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도입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자 교육자치의 근간을 훼손할 위험이 커 논란이 거세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을 두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게 없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반론도 나온다.
지방선거에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때는 2007년이다. 기존의 간선제에선 선거인단 선정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흙탕물 선거’가 일쑤로 벌어진 까닭이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도 “교육자치의 원리 중 주민통제의 원리에 부합한다”며 교육감 직선제에 대부분 표를 던졌다.
그런 만큼 ‘도로 간선제’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높다.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는 “직선제를 통해 공동체의 미래세대 교육을 어떻게 꾸려갈지 확장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 교육자치를 통한 변화와 실험이라는 교육감 직선제의 긍정적인 취지를 지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밖의 문제를 제도의 문제로 환원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는 “문제의 본질은 제도가 아니라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있다”고 짚었다. 임명직인 교육부 장관도 수시로 바뀌고 그때마다 교육정책이 크게 흔들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교육의 영역에선 여야가 정치적인 계산에서 벗어나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합의를 이뤄야 한다.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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