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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와이셔츠 입은 우리 선생님 최고!’

등록 2015-04-29 19:14

안중초유치원 청일점 임진혁 교사
경기도 평택 안중초 병설유치원에는 유치원 선생님의 상징과도 같은 알록달록 앞치마를 두른 여교사가 아닌 와이셔츠를 차림을 한 남교사가 있다. 바로 임진혁(29·사진)씨다.

그는 유치원 교사 9명(정교사 5명·방과후 보조교사 4명) 가운데 청일점이다. 평택지역 공립유치원을 통틀어서도 남자 교사는 그뿐이다. 2013년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그는 2년째 만 5살반 원아 19명의 수업을 맡고 있다.

임 교사의 하루는 여느 여교사와 다를 것 없이 등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데서 시작한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수업은 오후 1시30분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원아들은 선생님의 구연동화 실력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음악 시간에는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선생님의 목소리나 동작이 아직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원아들은 아빠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선생님의 중저음 목소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다. 선생님의 옷자락을 잡고 잘 놓지 않던 정서희(7)양은 “선생님 책 읽는 목소리가좋다. 부드럽고 따뜻해서 아주 좋은 거 같다”며 웃었다.

야외 체육활동은 임 교사가 자신 있는 수업 중 하나다. 어린이들이라고는 하지만 20명에 가까운 원아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때론 자세도 바로잡아주려면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버텨내기 쉽지 않은데 여교사에 비해 체력 하나는 자신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신뢰와 만족도 높다. 학부모 김선정씨는 “유아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남교사든 여교사든 아이들 가르치는 데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딸을 둔 엄마로서 남자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부분도 있는데 선생님 덕분에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넘어서야 할 과제는 많다. “여자아이들은 스킨십을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사회적인 시선이나 분위기가 신경쓰여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남자아이들은 많이 안아주더라도 여자 아이들은 가급적 토닥토닥 쓰다듬어주고 있다. 그런데 여자아이들이 부러워하기도 해 고민이 되곤 한다.”

여자가 다수인 직장문화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뤄나가야 하는 것도 임 교사의 몫이다. 고등학교 시절 친척 동생들을 자주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선택했다는 그는 “저는 여기서 일하는 한 명의 선생님일 뿐이다. 남자라고 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때론 친구같은 때론 아빠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교육청 소속 공립유치원의 남자 교사는 모두 8명(2명 군복무중)이다. 도내 유치원 교사 2073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지만 2007년 1명, 2010년 1명, 2013년 1명씩 ‘가뭄에 콩나듯’ 했던 남교사 신규 임용자는 작년 3명, 올해 2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도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과거에도 한두분씩 남자 교사가 있었는데 최근들어 직업선택에서 남녀의 벽이 많이 허물어지다 보니 이런 추세가 빚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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