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2일 서울 상원중 학생회 학생들이 등교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급식 식단 관련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상원중 학생회 제공
학생 참여형 식단 짜는 서울 상원중
오늘은 뭘 먹게 될까
급식 관심 많은 학생들
식단 정하는 과정 직접 참여해
영양사와의 면담 등 통해
메뉴 짜는 어려움도 알아가
“내가 뽑은 반찬 나왔다”
점심시간 활기 생기기도
오늘은 뭘 먹게 될까
급식 관심 많은 학생들
식단 정하는 과정 직접 참여해
영양사와의 면담 등 통해
메뉴 짜는 어려움도 알아가
“내가 뽑은 반찬 나왔다”
점심시간 활기 생기기도
“이 반찬 내가 뽑은 거야!”
지난달 8일 점심시간. 서울 상계동에 있는 상원중학교의 급식실이 평소보다 시끌벅적했다. 이날 식단은 학생들이 지난 3월에 투표를 거쳐 고른 것이었다.
상원중에서는 지난달부터 한달에 한번 학생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 식단으로 급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학생회의 선거 공약의 일환이다. 본래는 ‘급식 만족도 조사’를 여러 번 하자는 공약을 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이를 대신할 방법을 찾았고, 결국 학생이 식단을 짜는 데 직접 참여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먹는 급식에 관심이 무척 많았고, 영양사도 학생들의 급식 선호도 등에 관심이 많았지만 양쪽이 서로 소통할 창구가 없었다는 점에 착안했다.
먼저 학생회 쪽에서 식단을 크게 한식·양식·중식·기타로 분류한 뒤, 밥·국·반찬·디저트 등으로 세부 메뉴를 나눴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식단을 몇 개 뽑았다. 초반에는 ‘초밥 먹고 싶다!’, ‘피자는 어떨까?’ 등 급식을 통해 먹기 어려운 음식을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위주로 하고, 칼로리 등도 고려해 진지하게 식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12일, 학생회는 아침 등굣길에 학생들에게 몇 가지 식단 안을 소개하고, 각자 원하는 메뉴에 스티커를 붙여 투표하게 했다. 지난달 8일에 급식으로 나온 양식(치킨, 볶음밥, 김치, 샐러드, 웨지감자, 부시맨브레드 등)은 이날 투표에 참여한 600여명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인 300여명이 뽑은 메뉴였다. 3월26일에 5월분, 4월22일에는 6월분 식단 투표를 실시했다. 석달치 식단에 대한 설문에는 전교생 800여명 가운데 60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식단짜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영양사와 네 차례 정도 만남의 시간을 마련했다. 급식 메뉴 선정 방법부터 잔반량 측정 방법, 영양사로서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 식단을 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등 영양사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일부 학생들이 배식 도중 음식을 맛보고 ‘맛없어’라고 표현하면서 맛도 안 본 학생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주는 일도 있다. 추상적인 표현, 일방적인 비방 등은 삼가면 좋겠다. 고기류와 가공식품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음식에도 관심을 갖고 많이 섭취해주면 좋겠다.” 면담을 통해 영양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솔직한 의견도 전했다.
학생회장 이정은양은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급식 식단을 짜는 데 무려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알았고, 학생들이 먹고 싶어하는 식단을 짜고 싶어도 영양 문제나 시설적인 한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또 “학생들은 그날의 메뉴가 뭔지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로 평소 급식에 관심이 많은데 그것에 대해 우리가 민주적으로 의견을 내고, 식단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영양사 선생님도 ‘학생들이 어떤 급식을 원하는지 등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었다’며 좋아하셨다”고 설명했다. 학생회는 한달에 한번 학생이 직접 짜는 급식 식단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잔반 없애기 캠페인, 영양사 선생님과의 인터뷰와 조리 과정 등을 담은 영상물도 만들 예정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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