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운영평가뒤 결정
교육부 동의 절차 남아 주목
영훈국제중은 ‘기사회생’
교육부 동의 절차 남아 주목
영훈국제중은 ‘기사회생’
서울시교육청이 외국어고(외고)·국제고·국제중의 운영평가를 실시한 끝에 서울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외고 지정취소 결정은 외고 도입 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특권학교 폐지’를 약속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조 교육감이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데다, 교육부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어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보도자료를 내어 “2015년 외고·국제고·국제중 운영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서울외고에 대한 특수목적고 지정취소 동의신청을 교육부 장관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올해 서울 소재 특성화중 3곳과 특목고 10곳의 운영성과를 평가했다. 이 가운데 지정취소 기준점수(60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영훈국제중(영훈중)과 서울외고, 두 학교를 상대로 소명을 위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영훈중은 기사회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대상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늘리고 장학금 혜택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개선대책을 내놔 영훈중의 지정취소를 2년 유예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50일 안에 교육부 장관이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에 ‘동의’하면 서울외고는 설립 22년 만에 일반고로 전환된다.
외고는 1984년 처음 도입된 뒤 ‘본래 설립취지를 져버리고 입시경쟁만 부추긴다’며 꾸준히 폐지 압박을 받아왔다. 2010년 정부가 5년 단위의 재지정 심사제도를 도입해 올해 각 시도 교육청에서 첫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곳은 지금까지 서울시교육청이 유일하다. 앞서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는 도내 특수목적고 등의 운영성과를 평가한 결과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수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워낙 큰 까닭에 특목고 지정취소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된 모양새다.
실제로 조 교육감이 서울외고 지정취소 계획을 밝힌 직후 이 학교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반대 집회를 벌여왔다. 서울외고 쪽은 학부모들의 반발 탓에 세 차례의 청문 절차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소명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이근표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자 했지만 응하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돼 유감스럽다”고 설명했다.
‘사상 첫 외고 지정취소’의 마지막 칼자루는 교육부가 쥐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개정·공포한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시·도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나 특목고를 지정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외고 학부모들은 교육부를 향해 ‘구명운동’을 펼치는 중이다. 조대연 서울외고 학부모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교육청의 평가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에 실질적인 학교 발전계획을 내놓고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교육부가 이번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한 것처럼 강공을 펼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간부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평가를 실시했고, 서울외고가 소명마저 거부한 터여서 교육부가 이를 ‘비토’할 명분이 적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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