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광주북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을길 걷기’ 수업 도중 하늘로 팔짝팔짝 뛰어오르며 좋아하고 있다. 광주북초등학교 제공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을 아낀다며 ‘학교 통폐합’을 재촉하고 있는 가운데
(▷ [단독] ‘작은 학교’ 문닫게 하면 좋은 점수 준다는 교육부), 역으로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작은 학교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통폐합 학교가 한해 평균 50개인 데 견줘 본교 승격은 2곳도 채 안 되지만 인구가 급감하는 농어촌에도 학교 통폐합이 아닌 ‘다른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12일 <한겨레>에 공개한 ‘2010~2015년 본교 승격 사례’를 보면, 5년 반 동안 6개 교육청 소속 9개 학교가 분교에서 본교로 거듭났다. 반면 2010~2014년 사이 통폐합된 학교 수는 모두 246곳이었다. 분교의 본교 승격을 ‘기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본교 승격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주변이 개발되면서 인구가 유입되는 경우와 교사의 열정과 지역사회의 호응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가 열매를 맺은 사례다. 교육계에서는 광주광역시에서 올해 3월 본교로 승격한 광주북초등학교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1935년 개교한 광주북초교는 2005년 3월 인근 광주지산초등학교의 북분교장으로 ‘격하’됐다. 학생 수가 20명으로 감소한 데 따른 조처였다. 이듬해엔 학생 수가 14명까지 줄며 폐교 위기에 처하자 학교와 광주시교육청, 주민들이 손을 잡았다.
교사들이 변화에 앞장섰다. 교사들은 ‘참삶을 꿈꾸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자’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매주 수요일은 수업을 공개해 교수학습법을 공유했고, 목요일에는 교사들이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연수·회의를 하는 ‘학습공동체의 날’로 운영했다.
학교 운영 철학을 공유한 교사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교육과정 혁신을 시작했다. 농촌 학교라는 환경적 특수성을 십분 활용했다. 아이들은 환경·생태 교육의 하나로 텃밭을 가꾸고, 아침이면 선생님과 함께 수㎞의 마을길을 걷는다.
지역 주민과 광주시교육청도 힘을 보탰다. 주민들은 재능 기부로 ‘1인 1악기 연주’ 프로젝트에 강사로 동참했고, 아이들은 노인복지시설 공연 봉사활동으로 화답했다. 체육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3학년은 수영 자유형을, 4학년은 배영을 뗀다. 5학년 때는 스케이트 강습 기회가 주어지는데 비용은 교육청이 지원한다.
변화된 학교의 모습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학생 수는 올해 108명까지 늘었다. 광주시교육청은 2019년엔 학생 수가 137명으로 증가하리라 보고 지난해 ‘본교 승격’을 결정했다. 만 10년 만에 ‘광주북초교’라는 이름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빛고을(혁신)학교 지정이라는 겹경사도 있었다. 세 자녀를 내리 이 학교에 보낸 서영옥(39)씨는 “학교가 작으니 선생님들이 아이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아주셨다. 학교 통폐합보다 작은 학교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