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훈 서울 동구마케팅고 교사
파면취소 복직해선 잡무만 맡아
소송당한 충암중 교사는 무혐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교사에겐 존재의 의미다. 서울 동구마케팅고 안종훈(42) 교사는 지난달 23일 그 “존재의 의미를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학교법인 동구학원의 재단 비리 등을 폭로한 뒤 파면됐던 그에게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파면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난 12일 안 교사는 설렘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5개월 만에 학교를 찾았다. 파면 취소는 원직 복직을 뜻하므로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출근 첫 날 안 교사를 기다린 건 잡무뿐이었다. 교장이 내민 근무명령 지시서엔 ‘환경 보전(청소지도 업무)·학생 점심식사 지도’ 따위만 적혀 있었다. 학교는 재단 쪽이 안 교사를 상대로 제기한 ‘파면 취소 무효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식 업무를 맡기지 않겠다고 했다.
“교직생활 17년 만에 이렇게 참담한 스승의 날은 처음입니다.” 안 교사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사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보다 심각한 교권 침해가 있을까요?”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며 내부고발에 나섰지만, 학교 재단의 탄압 속에 우울한 스승의 날을 보낸 이는 안 교사만이 아니다.
서울 충암중의 홍기복(51) 교사는 최근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학교법인 충암학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홍 교사를 고소해서다. 충암학원의 재단 비리 등 교내 문제를 적극 알려온 홍 교사가 지난해 8월 학교 회계자료를 분석해 “재단의 각종 비리로 인해 열악한 시설이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한 걸 빌미로 삼았다.
다행히 홍 교사는 지난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통보받았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멍에를 벗긴 했지만 홍 교사는 앞으로도 충암학원의 내부 문제를 바로잡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뻔히 보이는 학교의 부정에 눈 감는다면 어떻게 아이들에게 바르고 양심적으로 살라고 하겠습니까?”
엄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