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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온돌·소극장형 교실에 혁신적 수업내용 더하니 학교 활기

등록 2015-06-01 21:02수정 2015-06-02 15:30

지난 5월22일 세계교육포럼 ‘스터디 비짓’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서울 창덕여중의 스튜디오형 교실에서 진행한 과학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지난 5월22일 세계교육포럼 ‘스터디 비짓’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서울 창덕여중의 스튜디오형 교실에서 진행한 과학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서울미래학교’를 가다
2015 세계교육포럼 외국 참가자들
미래학교 운영중인 창덕여중 방문
태블릿피시와 디지털교과서 활용해
블록타임제, 하브루타 등 수업 다양화
학습활동과 생활 고려해 공간 바꾸자
수업 적극 참여하고 활발해진 학생들
학교 중앙현관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 가득 레고블록이 붙어 있다. 파란색 블록 바탕 맨 위에 ‘웰컴 투 창덕’이라는 블록 글씨가 보인다. 바로 아래 초록색 블록으로 만든 세계지도와 양쪽에 30개국의 국기를 나타낸 블록이 알록달록 붙어 있다. ‘레고 라이프’와 ‘레고 스토리’ 동아리 학생들이 한 달 가까이 걸쳐 만든 ‘레고월’이다. 레고 브릭 중간 상자 10개 이상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외국인들이 레고월 앞에 서서 스마트폰을 갖다 댔다. 국가 표시 옆에 붙은 정보무늬(QR코드)를 인식하자 각국을 소개하는 페이지로 바로 연결됐다. 스페인 표시 옆 코드를 스캔하자 ‘축구의 나라’라는 문구와 함께 관련 신문기사가 나왔다. 네팔은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로 소개됐다. 설명과 함께 네팔 지역을 나타낸 구글 지도와 네팔대사관 누리집으로 연결되는 링크도 바로 아래 보였다. 블록으로 만든 국기는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구현했다. 스마트폰으로 블록을 찍자 학생들이 영어시간에 직접 영어로 각 나라를 소개하는 동영상 화면이 떴다. 방문자들은 신기해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2015 세계교육포럼 마지막날인 지난달 22일. ‘스터디 비짓’(Study Visit) 프로그램을 신청한 포럼 참가자 32명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창덕여중을 찾았다. 스터디 비짓은 개최지 인근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7개 학교와 문화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캐나다·중국·필리핀·에콰도르 등 각국의 교육부 직원들과 교육 관련 기관 관계자 등이 학교를 방문했다.

창덕여중은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서울미래학교’ 연구학교다. ‘미래학교’는 첨단 기자재와 온돌형, 소극장형 등 특색 있는 교실을 활용해 다양한 수업 방식을 이끌어내는 학교를 말한다. 단순히 시설 인프라만 첨단으로 갖춘 게 아니라 시설에 맞춰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화성 창덕여중 교장은 “거의 매일 블록타임제 수업(교과 내용과 수업 방법에 따라 기존의 45분 혹은 50분 단위 수업을 2~3시간 연속으로 늘려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 시간이 있다. 1학년의 경우 유대인식 토론교육인 ‘하브루타’ 수업도 일주일에 한 번 한다”고 말했다.

 중앙현관에 설치된 ‘레고월’을 보는 학생들.
중앙현관에 설치된 ‘레고월’을 보는 학생들.
태블릿피시와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학생 참여형 모둠수업도 자주 진행한다. 1층 도서관 옆 테크센터에서 학생들은 언제든 태블릿피시를 빌릴 수 있다. 수업시간 외에도 과제를 하거나 조별 프로젝트 활동, 수행평가를 할 때 사용한다.

이은상 교사는 이날 학교 건물 사이에 있는 수선정원에서 블록타임제 수업을 했다. 네팔 지진 피해자를 돕자는 취지의 스톱모션 동영상을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 교사는 “이 수업은 사회와 과학 교과를 연계한 주제통합형 수업”이라며 “과학교과 판구조론 단원에서 지진의 원인을 배운 뒤 사회시간에 네팔 지진 현황을 살펴보고 구호 활동을 독려하는 홍보 영상을 직접 찍어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만들어가는 ‘과정 중심의 학교’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다양한 교육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자들은 학교 시설을 둘러보고 직접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참관했다. 소극장형 교실에서는 1학년 4반 학생들이 국어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오덕 작가의 소설 <꿩>에 나타난 상징을 연극 장면으로 표현하는 내용이었다. 어두운 무대에 핀조명을 받은 한 학생이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며 가방을 내던졌다. 나머지 학생들은 객석에서 학생의 연기를 지켜봤다. 방문자들도 객석에 앉아 잠깐 동안 수업을 들었다.

탄자니아 교육 관련 비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고드프리 보니벤투라는 “이 수업뿐 아니라 스튜디오형 교실에서 이뤄진 과학수업이 인상적이었고 레고월도 너무 훌륭했다”며 “교육 환경이나 시설이 학생들이 생활하기 편하게 갖춰진 것 같다. 학교를 둘러보며 탄자니아 학생들을 어떻게 잘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소극장형 교실에서 진행한 국어수업을 보는 참가자들의 모습.
소극장형 교실에서 진행한 국어수업을 보는 참가자들의 모습.
이 학교 3학년 이승미양은 “예전에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강의식 수업이 많았는데 지금은 소규모 모둠수업을 해 우리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친구랑 서로 설명해주고 활동식으로 수업에 참여하니 지루하지 않다. 또 태블릿을 이용해 교과서에만 한정되지 않고 내용을 더 넓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층 가운데 복도에는 ‘홈베이스’가 설치돼 있다. 기존 교실이나 사물함이 놓여 있던 공간을 없애고 한쪽 벽면에 책장과 온돌식 마루를 만들었다. 이날 피아노가 있는 3층 홈베이스에서는 교내 합창대회 연습이 한창이었다. 1학년 박수연양은 “홈베이스에서 책도 꺼내 보고 쉬기도 한다. 바로 옆 미디어실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조별 과제도 한다. 교실 디자인도 바뀌고 홈베이스가 생겨서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교육부에서 근무하는 나딘 프로스트는 “프랑스 공립학교와 비슷한 느낌이다. 모든 학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한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기반이 잘 조성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성 교장은 “미래학교는 혁신학교와 스마트스쿨을 결합한 형태에 플러스알파를 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학생·학부모·교사의 협업 체제로 교육과정을 꾸리는 혁신학교의 내용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스쿨의 환경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이런 기반 아래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일상화된 수업 혁신을 이뤄내는 중이다. 그는 “교육이라는 게 ‘무엇이다’라고 정의하기 힘들다”며 “아이들의 상황이나 시대적 흐름에 맞춰 매일 달라질 수 있다. 각본 없이 새로운 교육방식을 시도하는 ‘열린 교육’으로 미래학교가 점점 발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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