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서초구 동덕여고 ‘에스엔에스(SNS) 인문학 글쓰기 공작소’ 학생들이 ‘헌법 읽기 프로젝트’를 마친 뒤 자신들이 만든 헌법 포스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동덕여고 ‘헌법읽기’ 프로젝트
인상깊은 구절 포스터로 표현
“남들과 자주 생각달라 고민했는데
그런건 문제가 아니란 것 알았어요”
학생들 작품 현관에 전시도
인상깊은 구절 포스터로 표현
“남들과 자주 생각달라 고민했는데
그런건 문제가 아니란 것 알았어요”
학생들 작품 현관에 전시도
‘난 친구들과 생각이 달라. 내가 이상한 걸까?’
서울 서초구 동덕여고 2학년인 조원영양은 평소 철학책 읽기를 좋아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길 즐긴다. 그러다 보니 종종 친구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자신을 발견하고는 불안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조양은 헌법을 읽고 나서 “그런 건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문구가 마음에 쏙 든 조양은 이 조항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다른 생각’ 고민에 빠진 단발머리 학생을 향해 ‘아닙니다. 헌법 제19조에 나온 대로 당신의 마음은 자유를 가집니다’라고 적힌 말풍선이 힘을 북돋워주는 그림이다.
이 학교 최돈욱 교사는 지난달 8일부터 교내 동아리인 ‘에스엔에스(SNS) 인문학 글쓰기 공작소’ 학생들과 함께 ‘대한민국 헌법을 읽읍시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 교사는 학생들에게 헌법 전문을 나눠준 뒤 인상 깊은 구절을 적고 이를 포스터로 만들도록 했다. 조양이 그린 헌법 제19조 포스터 등 26점이 완성되자 학교 현관에 전시도 했다. 학생들은 조양의 포스터에 “원영찡 난 너를 응원한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당신이 매력적이야. 반.했.어!”라는 쪽지를 붙여줬다.
헌법 읽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17명의 학생들이 인상 깊게 읽은 헌법 조문은 저마다 다르다. 교사가 꿈인 유지아양은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를 뽑아 들었다. 포스터에는 ‘균등한 교육이란 선수에 따라 각자 다른 거리에서 능력에 맞게 훈련시키는 것입니다’라고 새롭게 풀어 적고는 활과 과녁을 그렸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출발선에서 태어나요. 어떤 이는 30m, 어떤 이는 50m…. 그런데 지금의 교육은 무조건 100m에서 화살을 쏘라고 해요.”
시사성 있는 포스터들도 나왔다. 정치인이 꿈이라는 양서현양은 헌법 제46조 제1항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조항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헌법으로 정해져 있는지 몰랐어요. 최근 뉴스에 자주 나온 음료수 박스를 포스터에 붙이면 청렴 의무를 잘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죠.” 양양은 정치인에게 3000만원이 전달되는 데 이용됐다며 화제가 된 비타500 박스를 포스터에 붙이고는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로 바꿔 적었다.
‘카카오톡’ 이미지에 수십개의 눈동자를 그린 조현지양은 “지난해부터 에스엔에스도 검열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구절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고 했다.
헌법 읽기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한 최 교사는 “헌법 정신이 허물어져가는 시대에 학생들과 함께 헌법을 읽으며 입시용 글쓰기가 아니라 앞으로 살면서 정말 필요한 글쓰기를 가르치고 싶었다”고 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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