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도서관, 여전히 보수단체 주장 ‘좌편향 책’ 폐기
학교·공공 도서관의 어린이·청소년 추천도서들 중 좌편향 도서들이 있다고 보수단체가 주장한 뒤 일선 도서관에 해당 도서들 폐기 여부를 자체 결정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내려 보내 물의를 빚은 경기도교육청이 23일 문제의 공문을 철회했다. 그러나 일선 도서관에선 이미 해당 도서들이 폐기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 추가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한겨레> 6월12일치 26면 : 도서관에 황당한 ‘분서갱유’ 강요하는 정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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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은 이날 발송한 ‘언론보도 관련 논란도서 처리 문서 폐기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에서 5월28일 발송한 ‘언론보도 관련 논란도서 처리 협조’ 제목의 공문이 “학교에서 규정과 절차에 의해 구입한 도서를 쉽게 폐기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등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공문을 폐기 처리”하라고 밝혔다. 새 공문은 이와함께 “도서처리와 독서지도 및 도서목록선정 등의 문제는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관련 제 규정에 의거하여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처리”해 주기 바란다는 주문도 명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5월28일 해당 도서들에 대해 “학교교육 과정에 맞지 않고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시 폐기 여부를 결정”하라면서, 해당 도서를 읽은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과목과 연계해 지도”하고, 도서선정 기준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도서관에서 해당 도서들을 서가에서 빼내는 움직임을 보이자 출판계와 사서들이 새로운 형태의 도서검열·출판탄압이라며 반발했다. 한국출판인회의(회장 윤철호)는 6월4일 경기도 교육청에 공문의 내용에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낸 데 이어, 22일에는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와 함께 공문 철회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학교도서관사서연합회도 긴급대책회의를 연 뒤 전화 또는 교육청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여러차례 공문 철회와 시정조처를 요구했다.
한편 이번 조처에도 불구하고 일부 도서관들이 해당도서들을 서가에서 이미 빼냈거나 빼내려 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예컨대 문제의 도서 목록을 공개한 스토리 케이 발표자료에 나와 있는 장기수 출신 허영철씨의 회고록 만화 <나는 공산주의자다>(보리 펴냄)를 비치했던 77개 학교 도서관을 검색한 결과 23일 현재 4개 학교에서 ‘검색 0’, 한 곳에선 ‘폐기 예정’이란 글자가 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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