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전직 부총장과 학장단 등 교수들이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교내 본관 앞에서 “100년 명문사학 중앙대의 미래를 우려한다”는 펼침막을 내걸고, 최근 대학본부가 발표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본부는 이제라도 교수·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이용구 총장을 만나 항의성명을 전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영학과 정원 15년간 51%↑ 불구
청년실업은 8%→9.3%로 높아져
교육부 ‘수요중심 재편’ 효과없어
취업 중심 학과 개편 압박 비판 커져
청년실업은 8%→9.3%로 높아져
교육부 ‘수요중심 재편’ 효과없어
취업 중심 학과 개편 압박 비판 커져
정부가 산업계 인력 수요와 취업률을 앞세운 탓에 대학들이 인문·자연계 정원을 줄이고 경영학과 등의 정원을 크게 늘려왔으나 청년 취업난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부가 또다시 취업 중심의 학과 개편을 압박해 인문학·기초학문 위축과 같은 부작용만 키우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대학교육연구소가 4년제 대학의 1999년과 2014년 계열별 입학정원 변동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인문계열 입학정원은 같은 기간 11.5% 줄었다. 자연계열 기초과학 정원도 5.1% 감소했다. 특히 수학·물리·천문·지리 분야 정원은 무려 절반 가까이(51.1%) 줄었다.
취업에 유리하다는 경영학과는 1999년보다 51.1%(9406명) 급증했다. 이 기간 전체 입학정원 증가분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엔 경영학과 학생이 14만2833명으로 총재학생의 9.3%에 이르며 121개 학과 가운데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의약계열과 예체능계열도 정원이 늘었다.
이런 변동은 1997~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정부가 인력 수급 전망을 들어 대학 구조조정·통폐합 정책을 펴고 특히 이명박 정부부터 대학 평가와 재정 지원 기준으로 취업률을 최우선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년(15~29살) 실업률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2000년 이후 8% 안팎을 오르내리던 청년 실업률은 2014년 8.7%, 2015년 9.3%로 되레 악화 추세다. 올해 4월에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10.2%를 기록했다. 저성장, 비정규직 남발, 주요 생산기반의 국외 중심 재편 등 고용 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근본적인 고용환경의 변화에 주목하기보다, 산업현장에 부족한 이공계 인재를 증원하겠다는 취지의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을 들고 나왔다(<한겨레> 6월26일치 10면 참조). 내년 예산으로만 350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일자리 부족이나 고용조건 악화라는 핵심 문제는 보지 않고, 대학의 인력 공급 문제만을 탓하는 접근”이라고 짚었다.
고졸 학생 수 감소로 대학들이 정원 감축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의 ‘산업계 수요 중심 학과 개편’ 정책은 대학들에 취업에 불리한 인문학 등의 정원을 줄이고 경영·공학계열은 늘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구성원들의 반발을 부른 중앙대의 ‘수요 적은 학과 폐지’ 방안도 이런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교육부가 취업률 중심 정원 조정 정책을 전면에 내건다면 인문학·기초과학 등 기초학문은 고사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 수요 중심으로 대학을 재구조화하려는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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