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원예치료사 조원근씨 원예치료는 인간이 흙을 만지고 나무와 더불어 살아갈 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소박하지만 보편적인 믿음에서 시작된 분야다. 서구에서는 40여년 전부터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을 치료하는데 활용됐지만, 국내에는 지난 1997년에야 비로소 도입됐다. 조원근(51)씨는 1998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원예치료라는 신천지를 개척한 국내 원예치료사 1세대다.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농업과 관련된 정부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모교 교수들이 주축이 돼 원예치료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슴이 뛰었지요. 나무나 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제가, 회색 건물 속에 갖혀 일을 했으니 오죽 답답했겠습니까? 제가 가진 지식으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점도 반가웠지요.” 원예치료사는 흙 만지기와 밟기에서 부터 모종심기, 화분갈기, 물주기, 꽃꽂이 등 다양한 원예활동을 통해 아픈 이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진다. 우울증으로 무기력해진 이들에게는 자신이 키워낸 한 송이 꽃이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지체장애가 있는 이라면 손끝에 정신을 집중해 씨앗을 심는 작업이 곧 재활훈련이 될 것이며 자폐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둠 화분 만들기를 하면서 마음의 문을 조금 더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적합한 원예활동과 재료를 선정한 뒤 ‘치료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원예치료사의 주요 업무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예치료사는 300여명. 그 중 90%가 여성이다. 주로 병원의 정신과 병동이나 노인 요양시설, 특수교육 시설 등지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심한 일반 직장인이나 학생, 주부 등을 위한 강좌도 곳곳에 생겨 원예치료사의 활동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원예치료는 원예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특수교육학, 간호학, 재활의학 등 다양한 학문이 만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원예학과 출신들이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이 원예치료에 관심을 가져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임상도 더 풍부해졌으면 합니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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