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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소극적이던 나, 여기 오디세이학교에선 주저없이 의견 말해요”

등록 2015-07-26 20:07수정 2015-07-27 10:02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자유학년제 과정인 오디세이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김예진(16·왼쪽 두번째)양이 6월1일 경기도 가평군 대성리로 떠난 오디세이학교 캠프에서 친구들과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결합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디세이학교 운영지원센터 제공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자유학년제 과정인 오디세이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김예진(16·왼쪽 두번째)양이 6월1일 경기도 가평군 대성리로 떠난 오디세이학교 캠프에서 친구들과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결합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디세이학교 운영지원센터 제공
서울교육청 대안교육실험 오디세이학교
예진(16)은 질문이 많다. 17일 종족 보존의 본능과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배우는 진화생물학 수업 시간,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예진은 다른 친구들의 경험이 자꾸 궁금하다. 거침없이 끼어든다. “저는 여중, 여고라서 몰라요.” “정말 막 떨리고 그래?” 예진이 원래 질문이 많은 아이는 아니다. ‘오디세이학교’에 와서 예진은 처음으로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내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되게 소극적이었어요. 발표를 하더라도 자신이 없었어요. 이게 정답인가 싶어서요.”

고1 대상으로 공교육 연계해 운영
올 5월 첫선…40명 학생 재학중
일반교과 줄이고 프로젝트식 수업
1년 교육과정 뒤 원래 학교 복학
학부모도 “아이 생각이 매일 자라요”

예진은 지난 3월 서울 배화여고에 입학했다. 학교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종이 치면 이번 시간은 수학이구나. 또 종이 치면 영어 수업이구나”하는 일상의 관성에는 열정이 없었다. “교실에선 의지없이 앉아있고 교실 밖에서 열정적인 학생, 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면 자신의 목표를 찾는 학생”. 오디세이학교의 학생 모집 문구가 예진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여기서는 뭔가가 주어지면 제 스스로 여러 가질 고민해보고 친구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지난 5월 하순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에 베이스캠프를 꾸린 오디세이학교에는 예진처럼 광고를 보고 모여든 4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에 따라 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 고교 1학년 학생한테 1년간 대안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실험이다. 일반 교과수업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 전문가들을 초빙한 진로 탐색, 인문학 수업 등을 진행한다. 시험도 1년 동안 단 한 차례만 본다.

1년의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원래 다니던 학교의 2학년으로 복학한다. 꽉 짜인 공교육의 틀 안에서 대안교육의 창을 내는 실험이어서 교육계의 관심도 크다. 40명의 학생은 위탁 대안교육기관인 꿈틀학교, 아름다운학교, 공간민들레 등 3곳으로 흩어져 수업을 받고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독도서관으로 모인다.

예진과 함께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공간민들레에서 수업을 받는 수빈(16)은 “시험기간에 아이들이 뭐에 홀린듯이 공부를 하는” 송파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수빈이 기대한 고교 생활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수빈은 프로젝트 방식의 오디세이학교 수업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공간민들레에서 공부하는 13명의 학생들은 지역에서 기술자를 발굴하고 기술을 배우는 ‘동네목수’, 청소년들만의 축제를 기획하는 ‘로그인’ 등의 중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강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금의 교육시스템에선 개성있는 아이보단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살아남잖아요. 요새 아이의 생각이 하루하루 커가는 게 눈에 보여요. 학교를 마치면 집에 와서 오늘은 뭘 배웠고, 자기는 뭘 느꼈는지 이야기하느라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수빈 엄마 박은주(45)씨의 설명이다.

주변의 우려도 없지 않다. 1년의 실험이 아이들의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아름다운학교의 염병훈 교장은 “당장의 변화보다 좋은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뢰할 만한 어른들과 나눈 대화를 기억한다면, 아이들이 복교한 뒤에도 삶의 기로에 설 때마다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기억하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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