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개정시안 공청회…수포자 줄이기
“학습량 20% 줄이고 시험수준 제한”
전문가 “졸속 추진, 교과 뒤죽박죽”
“학습량 20% 줄이고 시험수준 제한”
전문가 “졸속 추진, 교과 뒤죽박죽”
2018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수학시험 문제의 범위와 수준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이 생겨, 이를 넘어선 문제를 낼 수 없게 된다. ‘수포자’(수학 포기자) 양산을 막으려는 조처다. 아울러 기존 수학 학습량에 견줘 전체 교과 내용을 20% 정도 덜어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과정 개편을 졸속으로 추진해 교과 내용이 뒤죽박죽이 됐다’고 우려했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2015 교육과정 개정 2차 공청회’를 열어 수학 교과 2차 개정 시안을 발표했다. 2차 시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시험 문제의 범위와 수준에 대한 지침 구실을 할 ‘평가 유의사항’이 새로 생긴 점이다. 개정 시안을 마련한 ‘수학과 교육과정 연구진’은 “학습 내용의 범위를 줄이면 적은 수의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는 경향이 생겨 내용이 줄어도 학습 부담은 줄지 않을 수 있다. 내용 경감이 학습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학년별, 영역별로 평가 유의사항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예컨대 초등 수학의 ‘시각 읽기’와 관련한 문제라면 “‘2시 48분은 3시 12분 전’과 같이 복잡한 시각 읽기는 다루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이 붙는 식이다.
교과 내용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2009 교육과정’에 비해 19.7% 줄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실생활에서 쓸 일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아르(a)·헥타르(ha) 등의 넓이 단위를 빼고, 분수와 소수의 혼합 계산도 삭제했다. 중학교에서는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활용이 빠지고 연립일차부등식, 이차함수의 최대최소 구하기 등이 고등학교 과정으로 옮아간다.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교사 설문조사에서 ‘삭제 또는 약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분할과 모비율의 추정, 공간벡터 등을 들어내기로 했다.
하지만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개정 작업이 단기간에 이뤄져 득보다 실이 많은 개정안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장정욱 단국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함수의 극한, 미분, 적분으로 이루어진 내용은 당연히 미적분인데 수학 II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오히려 미적분에는 수열의 극한이라는 미적분과는 별도 영역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수학적으로 이상하게 구성된 교육과정이 실보다 득이 많다고 누가 주장할 수 있겠냐”고 짚었다. 조성실 노원초 교사는 “발달단계에 맞지 않거나 배우지 않은 개념을 사용하는 수학 내용이 2015 개정 교육과정 내용에도 나타난다”며 “수포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감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주최로 열린 교육 오피니언 시민 100인초청 6개국 수학 교육과정 국제 비교 컨퍼런스가 28일 오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리기에 앞서 행사장입구에 전시된 자료들을 참가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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