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서울대 정시전형 지원자의 수능 영벽별 등급
‘변별력 부재’ 본고사 핑계? 통합논술 조처 다시 도마에
평가원 “변별력 문제 삼는 대하가 대면시켜 달라”
지난해 수능에서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4600여명인 것으로 공식 집계되면서, 수능의 변별력 부재를 들어 본고사형 논술을 강화한 대학들의 조처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능으로 충분히 변별력 확보 가능’?=최근 수능 변별력 논란의 핵심에는 2008학년도 이후 새 대입시안이 있다. 새 대입시안은 내신 중심의 전형을 유도하기 위해 수능성적은 현행 점수(표준점수) 및 백분위, 등급을 주던 방식에서 등급(9등급)만으로 성적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는 서울대 등 주요대학들의 본고사형 논술 강화론으로 이어졌다.
남명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능시험연구관리처장은 10일 “대학들이 수능 변별력을 문제삼는다면 직접 대면시켜 달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주요 우수대학들이 영역당 1등급이 2만4천명 가까이 되는데 어떻게 변별하느냐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언어·수리·외국어를 포함해 4개 영역을 보면 1등급의 수는 아주 크게 줄기 때문에 학생 선발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부터는 수능 성적이 등급으로만 제공되지만, 내신 성적도 주어지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1등급 늘어나 변별력 없어질 것’=서울대 쪽의 생각은 물론 이와 다르다.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10일 정시모집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내신과 논술만으로 뽑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내신과 논술의 반영 비율은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수능에서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4600여명에 불과해 변별력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새 대입시안에서 1등급자가 4천여명이라 해도 서울대의 정시 모집인원이 1천명 정도이므로 수능이 변별력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서울대 쪽은 “새대입시안에서는 1등급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중심으로 3개 영역에서 동시에 1등급을 받는 수험생들이 훨씬 늘어 1만명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과정평가원 쪽은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 등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이 5천명이 되더라도 그 학생들 모두 서울대에서 수학할 능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수능 변별력을 줄인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 만큼 대학들이 소숫점 이하 몇 점으로 당락을 무 자르듯 가르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연세대는 서울대와는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연세대 박진배 입학처장은 이날 “2008학년도부터 수능 성적을 등급으로만 받게 되면 현재보다는 덜하겠지만 그래도 변별력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이에 따라 2008학년도 정시 입학전형에서 수능 비중을 조금 떨어뜨리되 현재와 큰 차이 없이 수능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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