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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능 수학 범위, 전공에 따라 다르게 조정해야”

등록 2015-08-09 19:57

수학 필요성 차이 고려않은
과다하고 획일적인 범위탓
이과는 진도 나가기도 빠듯
초등생이 고교 ‘선행’ 부작용
“일부 선택 전환…공통 중심 출제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과다한 수학 시험 범위는 수학교육의 모든 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수학 교과 시안 연구진으로 참여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학과 교수가 5월 한 포럼에서 밝힌 견해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1학년도 수능부터 큰 변화가 예고되는데, 이참에 수능 수학 시험 범위를 대학 전공계열에 따라 재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예컨대 같은 문과라도 어문계열과 상경계열의 ‘수학 필요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과 학생이 주로 진학하는 전공이라도 의대 등은 상대적으로 수학이 덜 필요하고 이공계열에선 수학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희망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A형(문과)과 B형(이과) 두 가지 수학 시험을 일괄적으로 치러 불필요한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고1과 고2의 대입을 기준으로 보면 문과에선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배우고,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가 수능 시험 범위다. 수학Ⅰ이 공식적인 시험 범위에서 빠졌지만, 수학Ⅰ을 모르면 수학Ⅱ 등 다음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사실상 4개 과목 모두 시험 범위인 셈이다. 이과는 문과에서 배우는 4과목에 더해 미적분Ⅱ, 기하와 벡터까지 배운다. 수능 시험 범위는 공식적으로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인데, 앞서 배우는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Ⅰ을 모르면 시험은커녕 진도를 나가기도 힘들다. 사실상 고교 수학 전과목이 이과 수학 시험 범위란 뜻이다.

과다하고 획일적인 수학 시험 범위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과 학생이 고2~3 때 배우는 수학 과목은 미적분Ⅰ,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다. 어려운 이과 수학을 한 학기에 한 과목씩 배우더라도 수능 시험을 치르는 11월까지 진도 나가기도 빠듯하다. 여기에 수능과 연계되는 교육방송(EBS) 교재 문제 풀이까지 더해지는 탓에, 지레 겁을 먹고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 수학을 선행하는 ‘기이한 예습 관행’이 성행한다.

이런 사정 탓에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사교육걱정) 등 교육운동단체에선 수능 수학 과목 일부를 선택과목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수학 필수 시험 범위를 A형은 수학Ⅰ과 수학Ⅱ로, B형은 수학Ⅰ과 수학Ⅱ, 미적분Ⅰ 정도로 축소하자는 제안이다. 이들 단체는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는 각 대학이 전공계열의 특성을 고려해 반영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하와 벡터’가 ‘기하’로 바뀌어 심화 과목인 진로선택 과목으로 전환된다. 교육부가 아직 수능 개정 방침을 발표하지 않아 2021학년도부터 수능 시험 범위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안상진 사교육걱정 부소장은 “교육과정 개정 취지로 본다면 수능 시험 범위는 공통과목 중심으로 가야한다. 만일 진로선택과목까지 수능 범위에 들어간다면 이 수능을 볼 중학교 1학년 이하 학생들은 사상 최악의 수능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적은 내용을 충실히 배우는 것이 더 많이 배우는 것’(less is more)이라는 역설적 명제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내용이 줄어야 한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탐색하고 추론하며 사고력을 발휘할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이동흔 전국수학교사모임 대표는 ‘대입전형에서 수학 교과 반영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찬’에서 “수학은 적은 양의 학습이라도 (제대로 가르치면) 충분히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며 “많이 배우면 잘할 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짚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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