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환 전북교육감 페이스북 게시글 전문
메르스 사태로 전국이 혼란에 휩싸이던 지난 6월 어느 날 저는 주변에 있는 분들께 이런 말을 했습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이 삼성서울병원을 싸고 도는 것을 보면서 역시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설적으로 내가 이번 메르스 사태의 수혜자가 되어 버렸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는 분들께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교육감님이 역설적으로 메르스 사태의 수혜자가 되다니요?"
저는 빙긋이 웃으면서 설명을 했습니다. 그 요지는 이렇습니다.
------ 지난 겨울방학 때 삼성 드림 클래스를 전북교육청은 거부했지 않느냐, 당시 언론이 얼마나 공격을 해댔느냐, 교육감이 저소득층 중학생들이 공부할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고, 얼마 전에 삼성에서 또 연락이 왔다, 여름 방학 삼성 드림 클래스에 전북의 중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래서 나는 못 한다고 했다, 전북교육청이 공식적인 협조를 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해서 그 캠프에 들어갈 수 있지 않느냐, 전북교육청은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겨울방학 캠프 때 그렇게 난리를 치던 언론이 이번에는 조용하지 않느냐, 왜 그러겠느냐, 이유는 명확하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지은 죄가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 사이에 삼성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언론이 나를 공격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
이 말을 듣던 분들께서 "아~ 그렇군요." 하면서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어제 저녁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연달아 저를 공격하는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북교육감 '내 교육철학과 다르다' 방학캠프 거부"(서울신문), "소외계층 '배울 기회' 삣은 전북교육감"(조선일보), "아이들 교육기회 차버린 전북교육감"(중앙일보). 심지어 조선일보는 "진보좌파 성향의 김 교육감"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여 줬습니다.
저는 이 기사들을 보면서 '역시 당신들 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격적 문제제기를 하려면 당당하게 삼성 드림 클래스를 거부했던 그 시점에서 했어야지 여름방학이 다 끝나도록 조용히 있다가 이제 와서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김승환 교육감이) 반 기업정서를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이 논조대로라면 '삼성'의 사업에 반대하면 그 사람은 '기업'의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논리학의 기본은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삼성이 전국의 저소득층 중학생들에게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과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여기에 참여한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 학비를 보조해 주는 것 자체는 니무랄 일이 못 됩니다.
하지만 삼성의 이러한 일을 가리켜 굳이 '선행'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삼성이 이 사업에 투입하는 돈은 전부 법인세 정산에서 비용으로 처리됩니다. 삼성은 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삼성의 이미지와 함께 '나는 삼성의 혜택을 입은 자'라는 의식을 심어 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리고 당연히 세금공제의 혜택도 받지 않으면서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삼성이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급선무는 이런 류의 교육자선 사업이 아니라, 삼성 때문에 평생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분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입니다.
전세계 어느 자본주의 국가를 보더라도 삼성과 같은 규모의 재벌기업에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전북만 거부한다'는 프레임을 짜는 공작에 여념이 없는 일부 언론에게 새로운 사실 하나를 말씀드립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보도해 봐야 남는 것이 없다는 판단하에 보도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전북교육청이 삼성과의 관계에서 거부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는 것입니다. 전북교육청은 약 3년 전부터 관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 우리 전북 지역의 학생들을 취직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해 놓았습니다.
삼성은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에 진정한 의미의 기여를 해야 합니다. 삼성 성장의 바탕에는 (삼성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무한대 특혜지원과 국민의 희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성실한 납세, 투명한 기업회계질서 확립, 편법 상속과 증여의 관행에서 벗어나기 등을 통해서 진정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재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북교육청도 삼성이 하는 일에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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