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다 학교 분위기도 침체
일반고 전환 밝힌 뒤 전학 늘기도
일반고 전환 밝힌 뒤 전학 늘기도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잇따라 일반고로 전환하고 있다. 미림여고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낙제점을 받아 지정 취소를 앞둔 상황에서 청문 기회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8일 구로 지역의 우신고도 2016학년도 입학전형 요강 발표를 앞두고 시교육청에 일반고 전환 의사를 전했다. 이미 일반고로 전환한 동양고(2012년)·용문고(2013년)에 이어 서울에서만 4번째다. 자사고를 포기한 학교 구성원들은 23일 ‘그동안 재정난뿐 아니라 학교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너무 많이 (학교를) 나가니까 남은 아이들의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간 산소마스크로 연명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교육부의 동의를 받아 일반고 전환이 13일 확정된 미림여고 교사의 말이다. 미림여고는 자사고 지정 뒤 고입 전형에서 경쟁률이 0.5 대 1 수준을 밑돌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학마저 잇따랐다. 2012년 121명, 2013년 64명, 2014년 84명이 다른 학교로 옮겼다. “원래 정원이 1000여명인 학교에 학생이 700명 수준밖에 안 되니 학교가 꽉 차 있는 느낌도 안 들고 아이들이 내신성적을 받기도 어려웠다”고 이 교사는 덧붙였다.
우신고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다른 학교로 옮긴 학생이 2012년 63명, 2013년 94명에 이른다. 최근 2년간 우신고의 입학 경쟁률은 0.4 대 1 안팎이었다. 서초구의 세화여고가 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는 낙제점을 받았지만 입학 경쟁률은 높게 유지되는 것과 비교된다. 우신고의 한 교사는 “지역적인 특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미림여고가 위치한 관악이나 구로 등은 일반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다. 입시에 특별히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자사고를 계속 다니려 하지 않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일시적 현상이겠지만, 일반고 전환 결정 뒤 ‘엑소더스’(탈출)도 심각하다. 미림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뒤 2개월 사이에 50여명이 전학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2학년 학생의 학부모는 “분위기가 워낙 뒤숭숭해 본격적인 입시 대비에 접어들기 전에 학교를 옮겨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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