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인터뷰
지난 17일 서울시립대 총장실에서 만난 원윤희 총장은 “전공 장벽이 없는 ‘자유융합대학’을 만들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통섭형 창의인재를 길러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제공
‘문과생을 위한 수학’ 등
융합교육 분야서 변화 끌어내고
‘시민 평생교육원’ 통해
대학 강의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
공공의료분야 책임질 의과대학 검토 “2018년이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교 100주년 기념관도 들어서는 등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00주년이 되는 해가 서울시립대의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원 총장은 서울시립대가 발전 가능성이 큰 대학으로 손꼽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취임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의 감회를 듣고 싶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앞으로 추진할 학교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는 데 매진한 시간이었다. 이제 초안은 완성단계다. 앞으로 계획들을 하나씩 실천해나갈 생각이다.” -어떤 계획들인지 자세히 소개해 달라. “우선 융합교육과 평생교육 분야에서 변화와 성과를 이끌어내고 싶다. 많은 대학이 융합교육을 말하지만 아직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타 전공을 선택한다 해도 그 분야를 공부할 기초역량이 없다면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거나, 전공 학생에게만 수강 우선 선택권이 주어지고, 강의 시간이 겹치는 등의 이유로 타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학교가 나서서 보완해나갈 생각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문과 학생들은 수학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과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문과생을 위한 수학’처럼 기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할 생각이다. 또한 통계, 컴퓨터, 사회 조사 등의 과목을 합해 ‘빅 데이터’ 전공을 만들고 학위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영학부와 컴퓨터를 합쳐 ‘디지털 경영학부’를 만들 수 있고, 여러 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만을 모아 별도로 ‘창업과정’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서울시립대가 추진하고 있는 ‘자유융합대학’ 신설 계획도 같은 취지인가? “그렇다. 2017학년도부터는 전공 장벽이 없는 ‘자유융합대학’을 만들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통섭형 창의인재를 길러낼 계획이다. 현재는 전공이 없는 자유전공학부 47명을 정시에서 선발하고 있는데,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은 1학년 동안 다양한 기초공통 교양과정을 학습하면서 자신의 희망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 -평생교육 분야에 대한 계획은 어떤 것인가? “평생교육시설은 대학과는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교육을 받는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평생교육의 위상이나 교습 방법 등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 서울시립대는 ‘시민 평생교육원’을 만들어 수강생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대학 일반 강의의 개방, 학교 교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의 개발 등을 통해 대학 졸업 후 시민들의 재교육과 은퇴 후에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들을 제공해나갈 생각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고 사회에 끼친 영향도 컸다. 이와 관련해서 생각하는 바를 듣고 싶다. “현재 한 한기 등록금이 인문계의 경우 102만원, 가장 비싼 예술계열의 학과가 161만원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사회적 파장도 컸고, 덕분에 학교의 위상도 매우 높아진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학교 재정운영 책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 해에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 180억원은 충분하지 않다. 학교 발전 재원을 위해 동문들의 기부금, 연구개발지원금 등에 더 신경써야 하는데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시민들의 세금 지원을 받고 있으니, 반대로 서울시와 시민을 위해 돌려주는 프로그램이 많을 듯하다. “우리 학교는 전국 유일의 공립대다. 시민들의 세금이 학교에 유입되기에 당연히 교수,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재능기부, 봉사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학교는 시민들의 삶의 개선 및 대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행정, 안전, 인문학 등의 분야에서 의미있는 콘텐츠들을 발굴, 축적해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도시사회학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시 영화제’의 경우 20년째 ‘도시 다큐멘터리 공모’를 하고 있다. 앞으로 이 공모전을 세계 200개 대학이 참여하는 ‘국제도시 영화제’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구와 노력이 모여 대도시 삶과 환경의 개선,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드는 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도서관, 운동장 등 주로 학교의 시설물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인문학 강의 등 교육 콘텐츠까지도 열어놓아 명실상부 시민들을 위한 ‘열린 대학’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 -다른 대학에는 없는 ‘도시과학대학’이란 곳이 궁금하다. “도시과학대학 내에는 건축공학, 건축학, 도시공학과, 교통공학과, 조경학과, 도시행정학과, 도시사회학과, 공간정보공학과, 환경공학부가 있다. 일반적인 과목도 공부하지만, 쉽게 대도시를 모델로 연구하고 특화된 공부를 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에 더해 대도시의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의 비약적인 성장 노하우, 이에 따른 문제점들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 현재 ‘서울학회’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서울시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교류, 콘텐츠 제공을 통해 ‘서울학’을 정립해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립대의 학풍이나 인재상에 대해 들려 달라. “과거 서울시립대생 하면 ‘똑똑하지만 가난한 학생’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자신의 꿈을 성취해가는 독립적이고 성실한 이미지는 사회에서 인정받았지만, 대신 개인주의적이라는 약점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학교의 성장과 함께 학풍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학교도 이에 발맞춰 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행사 유치, 각종 동호회의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메르스로 인해 공공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서울시립대에 보건대학원이나 의과대학을 설치할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분야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립대에 보건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학교 또한 이에 발맞춰 런던, 뉴욕 등 해외 대도시 국공립대학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보건대학원 운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 서울시립대 교수, 서울시 보건전문가, 시립병원 및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보건대학원 설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교육부 승인을 거치고 나면 2017년부터 보건대학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나아가 서울시 보건의료체계의 발전방향과 연계하여 의과대학의 신설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1만 시간의 법칙’이 의미하듯 ‘위대한 천재’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남들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일 때 탄생하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서울시립대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자신의 꿈과 고민에 대해 교수, 선배들과 언제든 상의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서울시립대의 교수와 선배들은 학생들의 고민을 함께 듣고,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이은철 기자 le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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