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서 국회 상임위 답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24일 오전 국회와 정부세종청사를 화상으로 처음 연결해 연 영상회의에서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 둘째)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화면)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을사늑약’ ‘을사조약’ 둘 다 허용했는데
황우여 장관 “이런 교과서로 수능 보겠나”
한국사 교과서 ‘아전인수’ 발언 논란
도종환 의원 “교육부 편수용어도
모른채 교과서 국정화 옹호” 질타
황우여 장관 “이런 교과서로 수능 보겠나”
한국사 교과서 ‘아전인수’ 발언 논란
도종환 의원 “교육부 편수용어도
모른채 교과서 국정화 옹호” 질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을사늑약’과 ‘을사조약’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검정교과서를 비판하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필요성을 주장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두 표현의 병용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른 것인데도 교육부 장관이 이런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24일 ‘2014회계연도 교육부 결산 의결’ 도중 황 부총리한테 교육부 편수(편집·수정)용어도 모르고 검정 교과서를 비판하고 국정화를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황 부총리는 11일치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교과서를 보면 을사조약도 있고 을사늑약도 있고 안 가르치는 교과서도 있다. 이런 교과서를 가지고 어떻게 수능시험을 보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 당위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가 다음달(9월) 결론이 난다. 국정화 쪽으로 기운 듯한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런 황 부총리의 발언은 사실관계를 몰랐거나 왜곡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2012년 국사편찬위원회의 편수용어 수정 의견을 받아들여 교과서에 을사조약과 을사늑약을 병용하도록 했다. 도 의원실이 분석해보니 2013년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지학사·금성출판사·미래엔은 을사늑약으로, 교학사·리베르·두산동아·천재교육·비상교육은 을사조약으로 표기하고 있다. 황 부총리 말처럼 “안 가르치는 교과서”는 없었다.
‘조약’은 국가 간 합의에 초점을 두고, ‘늑약’은 억지로 맺은 조약이라는 뜻을 강조하는 용어다. 우리나라 쪽에서 보면 을사늑약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을사늑약이 교과서에 사용된 것은 오히려 검정제 전환 이후다. 도 의원은 “2012년 국정감사 당시 국사편찬위원회가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일본 국왕을 일본 천황으로 수정하라고 권고한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국사편찬위원회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해 편수용어가 개정됐는데 정작 교육부 장관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 의원은 “교과서마다 차이가 날 수 있는 용어나 내용은 이미 교육부에서 정한 집필 기준과 편수용어에 맞춰 집필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수용어나 집필 기준을 정비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교육부가 굳이 혼란을 무릅쓰고 역사의 시간을 되돌려 국정으로 가려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교육부는 황 부총리 발언과 관련한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담당 부서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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