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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하루 12시간 공부해도 불안해요”…‘강제 학습’ 고교생의 하루

등록 2015-08-26 19:41수정 2015-08-26 22:15

일반고생 41%는 밤 10시 이후 하교
법정 최장 노동시간보다 더 길어
수면시간 5시간50분뿐 건강권 침해
교육단체 “청소년에게도 쉴 권리를”
대학 수시모집에서 논술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학 수시모집에서 논술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올해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입학한 재인(가명·16)은 매일 새벽 1시30분께 학교 기숙사에서 잠을 청한다. 눈을 붙이는 것도 잠시, 6시30분이면 일어나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학교 안에서 보낸다. 오후 4시 수업을 마치면 5~6시까지 보충수업이 이어진다. 저녁식사 뒤 11시까지 ‘강제’ 자율학습이다. 이어지는 새벽 1시까지의 심야 자율학습은 ‘선택사항’이지만 늘 자리를 지킨다. “다른 애들이 하는 걸 보잖아요. 그러면 불안하고 공부를 더 해야될 거 같아서….”

이런 일상은 자사고 학생에 한정되지 않는다. 26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인권단체가 공개한 학생들의 학습시간 실태조사(전국 초·중·고 재학생 6261명 대상) 결과를 보면, 일반고 학생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이 넘는다. 일반고 학생은 평균적으로 저녁 8시8분에 하교하는 걸로 집계됐지만, 41.3%는 밤 10시 이후에 하교한다고 답했다. 특성화고 학생과 중학생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도 각각 10시간4분, 8시간3분에 이른다. 공현 아수나로 활동가는 “대한민국의 법정 노동시간은 연장근로를 합쳐도 1주 최장 52시간이다. 중학생만 돼도 학습시간이 법정 최장 노동시간에 육박한다”고 짚었다.

지난해부터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아수나로는 이런 ‘장시간 학습’이 ‘장시간 노동’ 만큼 비인간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우려한다. 수면 부족에 따른 건강권 침해가 대표적이다. 설문에 응한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58분인데, 고등학생은 일반고 5시간50분, 특성화고 6시간14분으로 조사됐다. 일반고 학생의 82.7%는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에 따른 정서적 피해도 심각하다. 일반고 학생 85.6%는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고, 72.8%는 “휴식을 취하면서도 불안감이나 초조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 쪽이 강제 보충수업·자율학습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게 ‘사교육 억제 효과’지만 실태조사에서는 그마저도 거두지 못한 걸로 나타났다. 교내 학습에 참여하는 학생과 불참하는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초·중·고교에서 모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들 단체는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듯이, 적절한 학습시간과 관련한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 학생들의 쉴권리, 놀권리, 행복추구권, 교육권, 건강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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