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8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글회관 앞에서 한글교과서 장례식 행위극 후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교조, 전국 1400여명 설문조사
“한글만으로도 뜻 잘 통해”
“우리 글 읽는 데 방해돼”
“한자학원까지 다녀야 하나”
“한글만으로도 뜻 잘 통해”
“우리 글 읽는 데 방해돼”
“한자학원까지 다녀야 하나”
“방학하기 전 한 친구가 울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었는데 학원에 가야 돼서 속상해 울었습니다. 한글도 배우기 벅차 학원에 가야 하는 상황인데 한자까지 배우면 아이들이 고통받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민규(11)군은 8월13일 광화문 광장에서 한글단체 주최로 열린 ‘한글 교과서 장례식’에 어린이 대표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손에는 구깃구깃한 종이에 삐뚤빼뚤 직접 쓴 ‘격문’이 들려 있었다. “우리가 하는 공부인데 우리들한테 의견을 묻지도 않고 한자를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을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군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10명에 8명꼴로 교과서 한자병기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400여명한테 교과서 한자병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1114명(78%)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한자병기에 반대하는 이유를 묻자 학생들은 ‘한글만으로도 뜻이 잘 통한다’(48%) ‘우리 글 읽기를 방해한다’(23%) ‘한자 학원에 더 많이 가게 될 것’(18%) 차례로 답했다.
교과서에 한자를 나란히 적으려는 어른들한테 어린이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세종대왕님께서 우리나라 글을 왜 만드셨겠어요.” “우리의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한자병기 교과서를 봤는데 너무 복잡해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왜 그렇게 자꾸 무엇을 더 하라고 하세요.” “한자 다음에는 일본어도 배워야 하나요?”
전교조는 3일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가 모두 반대하는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라는 괴물은 퇴치돼야 한다. 한자병기는 사회적, 언어적, 교육적 측면에서 도입의 근거를 찾을 길이 없다. 한자 관련 단체들의 이해관계와 이에 휘둘리는 교육부의 줏대 없는 태도를 빼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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