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 개발을 맡고 있는 김수자 이화여대 교수,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 강석화 경인교대 교수(왼쪽부터)가 11일 오후 국사편찬위원회(국편) 대강당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정윤 기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 개발 국사편찬위 참여 학자들
공청회 쉬는 시간에 기습적으로 선언문 낭독
정부 위임받은 연구자들 ‘반대 선언’ 파문 클듯
공청회 쉬는 시간에 기습적으로 선언문 낭독
정부 위임받은 연구자들 ‘반대 선언’ 파문 클듯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2015 개정 교육과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개발하던 연구진이 정부의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정부가 교과서 기준 개발을 믿고 맡긴 연구자들마저 ‘국정화 반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국정화 발표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부·여당이 몹시 당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은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편 대강당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과 편찬 준거 개발 시안 공청회’를 열었다. 국편은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및 편수자료를 개발하고 있다.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와 강석화 경인교대 교수, 김수자 이화여대 교수는 공청회 첫 순서인 주제발표 직후 휴식 시간에 기습적으로 선언문 낭독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선언문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의 과정을 돌아볼 때, 아직 통설로 자리 잡지 못한 견해나 특정한 역사 인식을 교육 현장에 제시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국정 발행 체제를 고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만일 역사 교과서가 국정제로 환원되고, 그 내용도 학계의 정설을 담지 못할 경우 역사 교육이 감내해야 할 피해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선언문을 발표하기까지 심사숙고 과정도 선언문에 담았다. 연구진은 “최근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역사 교과서가 국정 발행제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맞아, 저희 연구진도 걱정과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선언에 앞서 개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한남 국편 기획협력실장도 에둘러 현재 집필기준 개발 작업이 국정이 아닌 검정 교과서를 위한 것임을 언급했다. 박 실장은 “저희가 이 일을 하는데 하필이면 교육부 고시(국정화 결정)를 앞둔 시점이라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연구진은 개인적으로는 검정(교과서) 일을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셨고, 저희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다고 해서 마음고생을 하시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임기환 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공청회 발표 순서 때 “저희들은 검정을 전제로 집필기준을 개발했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검정으로) 완료하겠다”며 “집필기준은 (그동안) 검정교과서 질 관리에 기여해왔음을 기억하면서, 연구진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큰 이목을 집중시킨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개발 방향 및 주요 내용’ 발표를 맡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진이 발표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 선언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