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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박근혜 정부, 민주화로 무덤 속 들어간 교과서 꺼내려 해”

등록 2015-09-22 20:04수정 2015-09-23 10:26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이 17일 오후 경기 부천 원미구 상동 부천여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이 17일 오후 경기 부천 원미구 상동 부천여고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⑥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조한경(50) 부천여고 교사는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이다. 2014년 1월 회장으로 취임해 2016년 1월 물러난다. 임기 중에 새로 마련한 역사교사모임 사무실에서 새로운 교사 공동체를 꾸리고 싶었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역사교육 활동을 기획하고 싶었고, 좋은 대중 역사서도 쓰고 싶었지만 연이은 ‘교과서 사태’ 탓에 물거품이 됐다.

조 회장은 지난 17일 <한겨레>와 만나 “나처럼 마음 약한 일개 교사가 언론에 나와서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상황만 봐도 박근혜 정부가 교육을 얼마나 정치화시켜놨는지 알 수 있다”며 “정부가 국정화를 포기하고 역사 교사들이 다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나는 국정교과서 세대
중학교때 ‘박정희 교과서’ 접했고
고교때는 ‘전두환 교과서’ 배워
교사 된 뒤엔 ‘노태우 교과서’ 가르쳐
검정 교과서 가르치며 품질 차이 느껴

국정 교과서로 배운 세대
현실 깨우치며 민주화 주역으로
정부, 국정화의 역설 명심해야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어떤 단체인가?

“사실 국정 교과서 때문에 생긴 단체다. 유신과 군부독재 시절 역사 교사들은 아이들한테 역사적 진실이 아닌 국정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고, 6월항쟁 이후 그런 답답함과 굴종에 대한 반성과 거부에서 1988년 모임을 시작했다. 전체 역사 교사가 6000여명인데 2000여명 정도가 회원이다. 전교조와 교총 선생님들이 함께 연구하고 책도 내는 순수한 역사 교사들의 단체다.”

-역사 교사들이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

“유신 시절 탄생한 국정 교과서로 배우고 가르친 학생과 선생님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민주화와 함께 겨우 무덤 속으로 들어간 ‘죽은 교과서’를 다시 꺼내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나. 국정 교과서를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도 황우여 부총리도 교육부 담당자들도 언젠간 떠날 거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들은 계속 남아 국정 교과서를 써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했던 집중이수제를 봐라. 정책을 추진한 사람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떠났지만 학교 현장엔 여진이 남아 힘들어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비교해달라.

“나는 국정 교과서 세대다. 1978년 중학교에 입학해 ‘박정희 교과서’로 처음 역사를 배웠고, 고교 때는 ‘전두환 교과서’로 배웠다. 1992년 교사가 된 뒤에는 ‘노태우 교과서’로 처음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러다 고교에서 검정 교과서로 수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념을 떠나서 국정 교과서가 따라올 수 없는 ‘품질 차이’를 확연히 느꼈다. 교과서가 다양하고 풍부해지면서 의미있고 재미있는 역사교육이 정착됐다. 여러 종이 나오니까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었다. 가령 감수성이 발달한 예술계 아이들한텐 그림이나 사진자료가 많은 교과서를 주고, 인문계 아이들한텐 텍스트가 많은 교과서를 쓰게 하면 더 효과가 좋다. 한권의 역사 교과서로 돌아가는 건 아이들한테 너무 폭력적이다.”

-국정 교과서가 도입되면 교실에선 어떤 현상이 나타나리라고 보는가?

“정부가 허용한 교과서가 하나밖에 없으니까 수업 시간에 쓰기야 쓸 거다. 하지만 역사 교사 97%가 국정 교과서를 반대한 상황에서, 그 교과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아마 교사들이 국정 교과서를 가장 먼저 공부하고 분석해서 문제점을 찾아낼 거다. 대안의 역사 교재를 만들어서 수업하는 교사들도 많을 것이다.”

-국정화 논란 이후 교사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정부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 수업을 강화한다는데, 정부가 직접 수업을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역사 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역사 교사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교과서를 들이밀면서 주변국의 역사왜곡 문제를 가르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사들한테 주변국은 물론 정부와도 역사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우고 있다. 정부가 쓸데없는 논란을 만드는 대신, 교사들의 마음을 얻고 함께 힘을 합쳐서 학생들한테 동북아 역사왜곡 문제의 본질을 가르쳐야 한다.”

-역사 교사로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는 국정 교과서로 배운 세대들이 민주화의 주역이 됐다는 국정화의 역설을 명심해야 한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시절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면서 추구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다른 현실이 그 세대를 그렇게 만들었다. 이제는 국정 교과서가 교실에 들어온다고 해도 교사들이 옛날처럼 그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도 이미 중·고교에 올 때 꽤 많은 역사적 상식과 역사관을 가지고 들어온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국정 교과서를 그대로 수용하리라는 건 망상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도 공개적으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는 선생님을 자랑스러워한다. 자기들이 국정 교과서로 피해 볼 일은 없지만 후배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보는 거다.”<끝>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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