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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취업도 어려운데 ‘부실대 학생 낙인’까지…우린, 어쩌나요?

등록 2015-09-30 19:56수정 2015-09-30 20:50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마친 뒤 텅 빈 취업게시판 옆을 지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 졸업생이 졸업식을 마친 뒤 텅 빈 취업게시판 옆을 지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구조평가 하위대 학생들 시름

평가 한달 D·E등급 66개 대학 학생
“회사면접 때 학교평가 질문받기도”
취업 불이익 걱정속 편입학도 고민
학과 통폐합문제도 불안 요소
“교육부가 대학서열화로 분열 조장”
교육부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8월31일에 발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는 사실상 소모적인 지표 경쟁만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가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하위 등급(D·E 등급)을 받은 대학(일반대 32곳·전문대 34곳)의 재학생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에 전공 통·폐합 우려 등 실질적인 고민까지 더해져서다.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재학 중인 정아무개(21)씨는 추석 이후 편입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친지들과 인사를 나눌 때마다 “너희 학교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와서다. 해당 대학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이 등급에 해당되는 학교엔 정부의 재정 지원사업과 국가장학금 지원 일부가 제한된다. “그에 앞서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한테 남긴 상처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정씨는 생각한다. 정씨는 30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왔는데 정부의 발표로 순식간에 부실대 학생으로 낙인이 찍혔다. 취업 면접을 보게 된 학교의 한 선배는 학교의 구조개혁평가 결과와 관련된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편견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다른 학교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의 명예가 실추돼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역시 D+등급을 받은 강원대에 재학 중인 함희주(21·사학)씨는 “전·편입생에 대한 국가장학금이 제한돼 재학생 몫이 깎이지 않겠냐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학교가 이와 관련한 대책은 강구하겠다고 밝혀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불식됐다. 하지만 취업 걱정은 여전하다. 8월3일 학교에서 2000여명의 학생이 모인 가운데 열린 학생총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고 전했다. 유명 편입학원들은 이런 불안심리를 악용해 ‘대학구조개혁 발표로 사라지는 나의 대학, 편입으로 대학을 바꿔라’라는 광고를 내는 등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학과 통폐합은 눈앞에 다가온 실질적인 후폭풍이다. 이장영 강원대 총학생회장은 “평가 결과에 따라 교육부의 ‘강제’ 컨설팅을 받게 되면 130여개의 전공을 통폐합하는 절차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며 “교육부가 공신력없는 정책으로 대학을 서열화하며 대학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비민주적 행정을 단행한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선 편입이나 다른 대학 재입학 등 학생들의 이탈이 이어지리란 전망이 많다. 하위등급 대학 중 한 대학이 지난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활만족도 조사에서 40.7%의 학생이 ‘타 대학으로 입학 및 편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0.4%가 편입 고려 이유로 ‘보다 명망있는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 조사가 구조개혁평가 이전에 이뤄진 사실을 고려하면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아예 귀를 막은 일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절망감은 더욱 크다. 청주대·건국대 글로컬캠퍼스 등 후속 조처에 손놓은 일부 대학의 총학생회가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있는 대책을 달라”며 규탄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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