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과 교육과정 개정 논란’ 긴급 토론회
교육과정 심의 절차도 편파적 진행
“미래 권력 장악하려 역사교육 독점”
“1948년 건국 주장은 3·1운동 무시”
교육과정 심의 절차도 편파적 진행
“미래 권력 장악하려 역사교육 독점”
“1948년 건국 주장은 3·1운동 무시”
“2015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은 2011년 이명박정부로부터 2015년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뉴라이트세력과 정부가 맺어온 자발적, 적극적, 반복적인 유착의 결과물이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과 국정교과서 논란’ 긴급토론회에서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덕성여대 교수)가 힘주어 말했다. 정부가 국정 교과서를 도입하려는 목적은 “미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불리한 과거를 비틀고 역사교육을 독점하려는 것”이라고 한 교수는 짚었다. 토론회는 역사·교육단체 등이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와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위원장 도종환)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특히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등 새 역사과 교육과정에 등장한 ‘1948년 대한민국 수립(건국) 주장’에 우려가 쏟아졌다.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기고문을 보내와 “종래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정리해온 1948년 8월15일이 새 고시안에는 대한민국 수립일로 기록됐다”며 “이는 거족적인 3·1혁명(3·1운동)에 기초해 이뤄진 대한민국 건국을 무시하는 태도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한말 단재 신채호는 대한제국의 학부(현재의 교육부에 해당)가 온순한 신민을 배양하도록 조치하려는 일련의 교육정책을 보며 ‘나라를 망하게 하는 학부’라고 질타했다. 교육부의 왜곡 조처를 보며 단재 선생이 외친 ‘나라를 망하게 하는 학부’라는 말이 되살아났다”고 덧붙였다.
뉴라이트 세력과 정부의 이런 ‘합작 기획’에 따라 교육과정 심의 절차가 편파적·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역사 교사인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교육과정 제정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절차인 교육과정심의회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극우적인 관점의 학부모 단체 대표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그 심의회조차 교육과정 고시 10일 전에 한 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쳐 편파적인 위원 구성, 졸속 심의 논란으로 얼룩졌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집필기준안을 마련하려고 8월5일과 8월19일 자문회의에서도 일부 인사가 반복적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집필기준을 공청회에 내놓기 직전에 뉴라이트 계열 인사의 검열을 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를 대표할만한 단체들은 시안 검토 과정 등에 참여 요청을 받지 못했다. 교육부는 역사학·역사교육 단체의 대화 제의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탄식했다.
결국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정부 들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역사 거꾸로 세우기의 한 단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영역 특히 국가영역에서 친일파 미화와 찬양을 공식화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며 “이는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정당화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한한 정권이 무한한 역사학을 통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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