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8월20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8월 동국대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줬다. 학생들은 “학교의 수치”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학교 쪽은 “대화와 협력이란 소신을 갖고 정치 선진화 등 정치 발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했다”며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2000년 이후 국립대에서 내국인에게 수여된 명예박사 학위의 26%는 정치인 또는 고위관료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학술적 공로나 지역사회 발전 등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줘야 할 명예박사 학위가 ‘정치인에 대한 보은이나 보험용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전국 26개 국공립대에서 ‘설립 이후 명예박사 수여 현황’을 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0년 이후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내국인 385명 가운데 101명이 정치인 또는 고위관료였다. 특히 정치인·관료 출신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많이 준 대학은 공주대·목포대·부산대 등이다. 서울대는 112명한테 명예박사 학위를 줬지만 이 가운데 정치인은 1949년 학위를 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뿐이다.
2곳 이상의 국립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정치인도 많았다. 김무성 대표는 동국대 이전에 올해 3월 한국해양대(행정학)와 2007년 부경대(정치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역 정치인 중에 명예박사 학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사립대·국립대 모두 합쳐 강원대(경영학)·한국체육대(이학) 등 8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한국해양대(경영학), 조선대(정치학), 공주대(교육학), 전남대(법학) 등 4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진후 의원은 4일 “국립대가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이들의 상당수가 해당 지역과 관련이 있어 실질적인 공적보다 대학의 이해와 관련돼 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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