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9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비상교육 한국사 집필 도면회 교수
교육부 교과서 분석자료 정면 반박
“남쪽 책에 다 나온 내용을 북 발췌?
청와대·정부·여당의 무식한 우기기”
교육부 교과서 분석자료 정면 반박
“남쪽 책에 다 나온 내용을 북 발췌?
청와대·정부·여당의 무식한 우기기”
“명색이 정부 여당이 어떻게 이렇게 무식하게 역사학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가. 북한 서적을 발췌했다는 내용은 남한 책에도 다 나온 역사적 사료이고 주류 역사학계 상식이다. 해당 부분 필자는 <교육방송>(EBS)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방송 3사에서 역사 강의를 하는 스타 강사로 좌파라고 볼 수 없는 분이다.”
비상교육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인 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9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교육부의 행태를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을동 의원)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았다고 주장하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 자료(교과서 분석)에서, 비상교육 교과서를 북한 서적을 그대로 발췌한 교과서로 분류한 데 대한 반박이다. <국민일보>가 9일 해당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비상교육 교과서는 북한의 <조선통사>와 <현대조선역사>를 발췌했고, 천재교육 교과서도 <현대조선역사>를 따와 북한의 개혁 정책을 미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 교수는 비상교육 교과서의 일부 내용 출처를 ‘북한 서적’이라고 문제 삼는 건 궤변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교과서 분석’은 비상교육 346쪽 옛소련 치스차코프 포고문과 미국 맥아더 포고령의 출처로 1958년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의 <조선통사> 288쪽과 299쪽을 언급했다. 그러나 두 문서는 북한 서적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쓴 여러 책들도 인용하는 역사적 사료다.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송남헌 선생이 쓴 <해방 3년사>에도 두 문서가 실려 있다. 도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이 북한 책에 실렸다고 해서 남한 책에 실린 조선왕조실록을 모두 북한 책 베끼기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 여당의 ‘교과서 분석’에선 비상교육 359쪽에 나오는 ‘미국의 원조’ 관련 설명을 북한 <현대조선역사>(1983) 187쪽과 겹치는 내용으로 파악했다. 도 교수는 “미국 농산물 수입으로 국내 농산물이 타격을 받은 건 역사적 사실이고, 요즘 ‘우리밀’이 귀한 게 그 영향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남한 경제학자들이 1970년대부터 얘기해왔던 내용인데, 북한이 1983년에 그걸 베끼고, 우리 교과서가 그걸 또 베꼈다는 건 꼬투리 잡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교과서 분석’이 북한의 토지개혁, 노동법과 남녀평등권법 시행 등을 북한 <현대조선사>와 내용이 겹친다며 ‘북한 미화’라고 한 천재교육 교과서(311쪽) 내용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도 교수는 “이건 <현대조선역사>를 베낀 게 아니라 남한에서 나온 웬만한 북한 관련 서적엔 다 나오는 얘기다. 토지개혁 실시, 노동법과 남녀평등권법을 시행한 건 그냥 연표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법률을 시행한 사실을 기술했다고 그걸 북한 미화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현재 검정 교과서들이 북한 서적을 베낀 거라면, 교과서 심의·수정을 담당한 교육부 담당자들부터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현행 검정 교과서는 교육부 집필기준에 맞춰 집필됐고, 심지어 집필자의 의사에 반해 교육부 명령대로 수정까지 거쳤다”며 “점유율이 23%(비상교육)로 수십만명의 학생이 보는 책을 그렇게 형편없이 심의·수정했다면 교육부가 전국 학생과 학부모, 교사한테 사죄부터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검정 교과서 집필진은 현재 정부 여당의 근거 없는 ‘검정 교과서 때리기’와 관련해 성명서 발표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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