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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등굣길 주먹밥 나눠 준 충암고 학부모들 “엄마가 미안해”

등록 2015-10-12 11:50수정 2015-10-12 19:50

충암고 학부모 10여명이 12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엄마표 주먹밥’을 나눠줬다. 방준호 기자
충암고 학부모 10여명이 12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엄마표 주먹밥’을 나눠줬다. 방준호 기자
급식 비리에 화가 난 엄마들 교문 앞 하나둘씩 모여
“학교선 좌파세력 음모 돌려…애들이 뭘 배울지 답답”
기온이 섭씨 8도까지 내려간 쌀쌀한 12일 아침, 서울 은평구 충암중·고교 등굣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먹밥이 등장했다. 어머니들은 한 아이라도 놓칠세라 “아들들 주먹밥 가져가”라며 소리쳤다. 중간고사 첫날, 학생들은 한 손에는 책, 한 손에는 ‘엄마표 주먹밥’을 들고 교실로 향했다.

이날 학교 앞에 나온 10여명의 학부모가 건넨 주먹밥에는 ‘미안함’이 담겼다. 충암고 1학년 아이를 두고 있는 강아무개(46)씨는 “주먹밥이나마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을 먹이고 싶어서 나오게 됐다”며 주먹밥을 뭉쳤다. 충암고 2학년 자녀를 둔 이아무개(45)씨는 “엄마들끼리 평소 연락이 거의 없었는데 교육청의 급식 비리 발표가 나고 너무 화가 나 부랴부랴 모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새벽 4시부터 쌀 60㎏ 분량의 밥을 지은 학부모들은 김가루 6㎏, 참기름 2통, 볶음김치를 들고 나와 아침 7시부터 학교 앞에서 주먹밥 800인분을 만들었다. 이들은 주먹밥을 건네며 “지금 막 만들었어, 따뜻해” “주먹밥 먹고 파이팅”을 외치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교문 기둥 앞에는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충암엄마들’ ‘이거 먹고 힘내자~ 충암엄마들’이라고 적은 펼침막도 세웠다.

자녀들의 학교에서 벌어진 급식 비리 사태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아이가 학교에서 나오는 떡갈비 맛이 이상하다고 해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도 학교에 항의했지만 교감 선생님은 책임을 영양사한테만 미루거나 ‘교육청에 신고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했다. 소식이 전해진 뒤, 총동문회와 학부모들은 지난 8일 ‘충암고교정상화비상대책위원회’(충암고비대위)를 꾸리고 학교 쪽의 급식 비위 조사에 직접 나섰다.

학교의 대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강씨는 “지난 토요일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충암학원 급식비 횡령, 좌파세력 교육청 감사관이 지어낸 소설이다’라는 내용의 단체문자를 보냈다. 사과하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모습이 아닌, 정치적으로 핑계 대고 싸우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아이들이 뭘 배울지 답답하다”고 했다.

충암중·고교에서 시작한 급식 파문은 전체 학교에 대한 조사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학교급식 비리 특별단속을 벌이고, 단속에 걸린 학교 법인과 교직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12일 밝혔다.

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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