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서 “100돌 만세” 백두대간 100봉우리 오르기 행사에 참여한 중동고 동문들이 지난달 25일 속리산 문장대에 올라 개교 100돌을 축하하고 있다.
2005년 양정 2006년 진명 휘문 중동 숙명 보성 계성
구국·민족의식으로 우뚝…‘세기의 고교’ 반열에
‘교육으로 나라를 세운다.’ 대한제국 시기 ‘교육입국’을 내걸고 문을 열어 이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등학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세기의 고교’ 반열에 오른 학교들은 100번째 생일 맞기에 분주한 한편, 또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분주한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개교 100돌을 맞거나 맞을 예정인 고교들은 서울의 양정고(1905년 5월 설립), 진명여고(1906년 4월), 휘문·중동·숙명여고(1906년 5월), 보성고(1906년 9월), 대구 계성고(1906년 10월) 등이다. 긴 역사를 통해 각각 3만~5만명의 동문을 둔 이 학교들은 한국 현대사에 기여한 주요 인물들을 길러냈다. 양정의숙으로 시작한 양정고는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재와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등 독립운동가, 베를린올림픽 금·동메달의 주역 손기정, 남승룡을 배출했다. 진명학교로 시작한 진명여고는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최초의 여성 판사 황윤석, 시인 노천명 등 문화예술인들의 산실이 되어왔다. 또 휘문의숙이 기원인 휘문고는 김영랑, 정지용, 홍사용 등의 문인을, 한어야학이 뿌리인 중동고는 국어학자 양주동, 이희승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보성고는 허정 과도정부 수반과 소설가 염상섭 등을 길러냈다. 명신여학교로 문을 연 숙명여고는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와 첫 여성 변호사 이태영을 길러냈고, 계성학교로 출발한 계성고는 국회의원만 70명 넘게 배출했다. 1905~6년 문을 연 학교들은 더 오래된 학교들에 견줘 설립자와 물적 토대 등에서 대비된다. 배재고(배재학당·1885년), 경신고(1885·경신학교), 이화여고(이화학당·1886년), 정신여고(정신여학교·1887년), 배화여고(배화여학교·1898), 숭의여고(숭의여학교·1903), 호수돈여고(호수돈여학교·1904) 등은 외국인 선교사 등이 세운 기독교계 학교들이다. 반면 올해와 내년에 100돌을 맞는 학교들은 상당수가 대한제국 황실 등의 재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 “100돌 만세” 양정고 산악회 동문들이 5월 개교 100돌을 기념해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있다. 각 학교 총동문회 제공
양정고·진명여고·숙명여고는 고종의 부인이자 영친왕의 어머니인 엄귀비가 학교 터나 수백만평 땅을 마련해 줬다. 휘문고는 명성황후 조카인 민영휘가, 보성고는 대한제국 대신 이용익이 설립했다. 보성고의 설립이념에 “인재를 길러 국권을 회복한다”는 대목이 있듯, 당시 구국정신과 민족의식을 이념으로 삼은 데가 많았다. 올해 100돌을 맞은 학교들은 다양하고 뜻깊은 동문 행사로 세자릿수 나이를 자축하고 있다. 양정고 산악회 동문들은 5월 개교 100돌을 기념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중동고 동문과 교직원 1500여명은 지난달 25일 백두대간 100개 봉우리에 동시에 오르는 행사를 열었고, 오는 16일 100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동문들이 참여하는 거북이 마라톤대회를 연다. 휘문고는 9일 동문 등 1만여명이 참가하는 체육대회를 열었다. 양정고 총동창회 임승일 사무처장은 “올해 초에는 80살 안팎의 동문들이 졸업 60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며 “전국 어디를 가나 동문들이 활약하고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정덕희 성균관대 교육학과 학과장(교육사)은 “개화기 이후 설립된 학교들은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이념 도입, 과학지식 보급에서 큰 역할을 했다”며 “일제시대에는 3·1운동이나 6·10만세운동 등에서 이들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