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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아이들의 진짜 속내

등록 2015-11-09 20:12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초등 5학년인 우리집 둘째가 사춘기에 들어서고 있는 모양이다.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참 굳은 의지를 보이더니 얼마 전부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너무 많이 떨기도 하고, 자신이 없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도 많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의기소침해 있다. 그러다 그 다음날 꿈이 생겼다며 다시 밝아졌다. ‘게임 크리에이터’를 하겠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여전히 많은데, 서서히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사춘기 무렵 아이들은 그동안 흥미 위주로 꿈꿔왔던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해서 현실적인 잣대를 대기 시작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한없이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은 안 될 것 같다고 꿈을 접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이래저래 할 만한 게 없다고 느끼고 꿈꾸는 것조차 못하게 된다. 실제로 아이들 가운데에는 ‘꿈이 없다, 포기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되고 싶은 게 없어졌어요. 못할 것 같아서. 막막하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다 막연해졌어요. 지금처럼 공부하다간 이도저도 안 될 것 같아서. 하고 싶은 게 늘 있었는데….”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며 무기력하게 있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한 아이들도 부모님의 반대로 자신감이 꺾여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학교 아이들과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종종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자기 꿈의 변천사를 하나씩 떠올리며 자신들이 흥미를 가졌던 꿈들과 그 꿈들을 흘려보내게 된 이유들을 정리해보곤 한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내가 이렇게 꿈이 많았었구나’ 하며 재미있어 한다. 순간 멋져 보여서, 근사해서 원했던 꿈들도 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꿈꿨던 것도 꽤 많았다. 그런데 그런 꿈들을 접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자연스럽게 흥미가 사라진 탓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쓸데없는 그런 거 하지 말아라”, “그거 하려면 공부 잘해야 해. 성적이나 올려”, “그런 건 돈 못 벌어” 등의 말로 어른들이 꿈을 미리 꺾어놓는 경우도 많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4~5개 이상의 꿈들은 쉽게 말할 수 있었던 아이들이었다. 그 꿈 많고 발랄했던 아이들이 꿈을 잃어버리고서 “하고 싶은 게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 아이들이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은 게 있지만, 난 할 수가 없어요. 난 안 돼요. 공부를 못해서, 재능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가졌던 꿈을 가치없게 여겨서는 안 된다. 흥미만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이 성장기의 환상들은 필요하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되고 싶고,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도 꿈꿀 수 있어야 하다. 이것이 영양분이 되어 아이들의 내면을 다져놓는 구실을 할 것이다. 이 성장기, 환상기를 제대로 거쳤을 때 비로소 현실세계를 고려해 자신의 꿈과 진로를 탐색하고 시험해보게 된다.

내 아이가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궁금하고 고민이 되는 건 당연하다.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생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얼마나 잘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기. 아이가 가진 다양한 능력 가운데 어떤 것이 다른 것에 비해 나은가를 봐야 할 것이다. ‘얼마나’가 아니라 ‘무엇’이 중요하다. 또 내 꿈을 이루듯이 아이의 꿈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를 돕고자 한다면, 부모가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일찍부터 모든 것을 준비하고 결정해야 더 안전하고 좋은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아이가 자신의 생활경험에서 꿈과 그 실현 방법들을 탐색하고 선택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아이가 꿈꾸는 것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 무작정 거부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아이와 담을 쌓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와 더 이상 의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아이의 삶에서 밀려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우선 아이가 꿈꾸는 것을 진지하게 들어줘야 한다. 무시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치열하게 얘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설명은 해주되 대신 선택해주어서는 안 된다. 노력은 많이 하는데 능력이 부족한 아이일 경우라면, 이 아이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많이 해줘야 한다. 능력은 있으나 노력하지 않는 아이라면, 아이가 숨기고 있는 열등감이나 자신감 부족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어느 지점에서 좌절하거나 자신의 기대치·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파악해서 해소해나가야만 자신의 에너지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진로는 꽤 긴 과정을 거치며 결정하게 된다. 청소년기 꿈이 여러 번 바뀌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불안해하지 말자. 분명한 것은 이전의 선택과 결정들이 하나둘 모여 지금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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