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음대 신고식 내용을 적은 포스터.
재학생, SNS에 고발 글
“선배가 후배 폭행·폭언하며 ‘군기 잡기’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외, 제명 협박도”
“선배가 후배 폭행·폭언하며 ‘군기 잡기’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외, 제명 협박도”
“선배가 후배에게 폭행, 폭언 등을 하며 엠티란 명목으로 후배들을 모아두고 군기를 주고, 신체적 고통을 반강제적으로 강요하며, 이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과의 행사 등에서 제외, 제명시킨다고 협박을 합니다.”
페이스북 내 커뮤니티인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에 이 학교 음대 학생 ㄱ씨가 올린 글의 일부다.
전남대 음대에서 신입생 ‘단체 얼차려’와 군대식 신고식이 벌어지고 있다는 폭로가 잇따라 제기돼, 학교 쪽이 관련 학생 전원을 일대일로 면담하는 등 진상 조사에 나섰다.
10일 전남대 학생·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오후 5시께 전남대 예술대 음악학과 합주실에서 음대 특정 전공 학생들의 단체 얼차려 사건이 발생했다.
오케스트라 연습 중 4학년 학생과 오케스트라 단무장(총무)이 연주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후배들에게 단체기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 2, 3학년 학생 80여명은 5분여 동안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집단 얼차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일명 ‘코카’(졸업 선배 대면식)를 하는 날은 일찍부터 신입생과 바로 위 학번들을 모아 군기를 주며 ‘단결! 신고합니다. ○○전공 ○○○는 20OO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OO년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전공에 입학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에 신고합니다!’를 강제적으로 외우고 외치게 한다. 버벅거리는 학우가 있으면 전체가 머리를 박고 ‘죄송합니다!’를 외치기 일쑤”라고 적었다. 그는 “이러한 것들이 21세기 대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니 무척이나 두렵고 적응 또한 되질 않는다. 이는 인권모독이며 폭행이다. 현세대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 글이 뜬 뒤 페이스북엔 비슷한 경험을 폭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ㄴ씨는 “음대에서는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선배들은 2월 초 오리엔테이션부터…강압적이고 억압하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했다. “○○전공 엠티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준비해 온 장기자랑이 웃기지 않으면 입시곡을 부르라고 강요하고, 입학신고식 전문을 외우지 못하거나 소리를 적게 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며 폭언을 퍼붓는다. 남학생들에게 엎드리게 하여 기합을 준다. 선배들 이름을 모두 외울 것을 강요하는데, 만일 못하면 욕설과 폭언을 계속 퍼붓는다.”
이에 대해 전남대 예술대학 학생회는 “문제가 되고 있는 음악학과 군기합 관련 글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시고 우려해주신 점 깊이 사과드린다.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과도한 비난과 억측은 삼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전남대 쪽은 “피해 사례가 확인되면 학칙과 규정에 따라 처벌할 것이고 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내용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전남대 음대 신고식 내용을 적은 메모.
전남대 음대 신고식 내용이 적혀 있는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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