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업체 수능 가채점 결과 보니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 국어 B형을 제외한 국·영·수 전 영역이 모두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돼 등급 커트라인(등급컷)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수능과 올해 6·9월 모의평가를 통해 ‘쉬운 수능’을 준비해왔던 수험생들이 갑작스런 ‘어려운 수능’에 큰 당혹감을 느꼈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입시전문업체들은 13일 국어 B형 이외의 국어·영어·수학 영역 등급컷이 지난해보다 하락해 국·영·수의 입시 변별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의 온라인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영역별 예상 등급컷을 추정한 분석 결과다.
이번 수능에서는 ‘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화’ 확정 이후 쉽게 출제되다가 올해 갑자기 어려워진 영어가 입시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탐구영역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입시전문업체 대부분은 영어 1등급컷을 원점수 기준 94점으로 추정했다. 역대 가장 쉬운 수준이던 지난해의 경우 영어 1등급컷은 98점이었다. 메가스터디는 “영어 영역이 애초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상당히 변별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영어 영역의 체감적 난이도가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려워진 영어 최대 변수 될 듯
탐구 과목 변별력 줄어들 전망
널뛰기 난이도에 수험생 당혹
“쉬운 수능 예고한 잘못 책임져야”
대성, 메가스터디, 비상교육, 이투스청솔, 종로학원 하늘교육, 중앙유웨이, 진학사 등 입시업체 7곳의 등급컷을 종합해보면 다른 과목들도 지난해보다 어려워진 출제 경향이 나타난다. 국어 A형은 지난해 97점에서 올해 96점으로, 수학 A형은 96점에서 94~96점으로, 수학 B형은 100점에서 96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지나치게 어려웠던 국어 B형만 91점에서 올해 94점으로 1등급컷이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신호를 잘못 보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변별력 면에서 볼 때 이번 수능의 난이도 조절 자체는 잘했다고 보지만, 이렇게 어렵게 낼 거면 미리 예고를 했어야 한다”며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쉽게 낸다는 시그널을 줘놓고 갑자기 뒤집어버리면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던 수험생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목별 난이도가 상승하면서 진학지도는 지난해 ‘물수능’ 때보다 한결 쉬워지리란 전망이 나온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현행 입시가 상대평가다 보니까 난이도가 높아지면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도 확보된다”며 “냉정하게 보자면 학생들을 줄세우기가 쉬워지고 교사들이 진학지도를 하기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만기 이사는 “점수대가 몰려 있지 않고 분산돼 있으니 동점자가 적어 대학들 입장에서도 학생을 뽑기가 쉽다”고 말했다.
쉬운 국·영·수로 인해 지난 입시들에서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높았던 탐구 과목의 영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성룡 소장은 “국·영·수 반영 비율이 높은데다가 변별력도 있으니, 이제 반영 비율이 낮은 사탐·과탐의 변별력은 잊는 게 좋다”며 “인문계는 국어·영어, 자연계는 수학·영어 성적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탐구의 출제 경향은 전반적으로 쉬웠지만 동아시아사, 경제, 사회문화의 1등급컷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탐구는 과목 간 편차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탐구 과목 변별력 줄어들 전망
널뛰기 난이도에 수험생 당혹
“쉬운 수능 예고한 잘못 책임져야”
2016학년도 수능 영역별 등급 커트라인(원점수 기준, 13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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