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획한 상품들 불티날때 희열 느껴요” 머천다이저 오화영씨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지난해 초 국내 유통업계에선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샤넬 화장품이 정식 매장도 아닌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한 것이다. 사건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롯데닷컴(lotte.com)의 엠디(MD) 오화영(33) 차장. 오 차장은 3년간 샤넬 본사와 씨름한 끝에 인터넷 판권을 따냈다. 이후 롯데닷컴은 화장품만으로 하루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엠디는 ‘머천다이저’(merchandiser)의 약자로, 상품 구매와 판매를 기획하고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사람. 유통업체에서 엠디는 꽃 중의 꽃으로 불릴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오 차장은 지난 1997년 당시엔 많지 않았던 여성 엠디로 나선 이후 불과 8년여만에 크리스찬 디올, 랑콤 등 수입 브랜드 30여개, 국내 브랜드 300여개를 직접 확보하고 관리하는 유통업계의 실력자로 급부상했다.
애초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오 차장이 엠디에 매력을 느낀 것은 대학 졸업 무렵.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추천하는 화장품을 선호하고 화장품에 관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해오는 것을 보고, 전문적으로 화장품 브랜드를 기획하고 판매하는 일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오 차장의 하루는 시장과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한 뒤, 인터넷 쇼핑몰에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찾아 공급자로부터 사들이고 그에 판매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로 쉴새없이 돌아간다. “계절마다 고객들에게 필요한 게 뭘까 항상 자문합니다. 이 상품과 저 상품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반응이 좋을까 수시로 비교하고, 고객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감흥 이벤트를 구상하는 작업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요.”
하지만 몸은 힘들어도, 준비한 행사나 상품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구매한 상품에 대해 만족하는 의견을 보내올 때는 강한 희열을 느낀다. 월말에 실적이 잘 나올 때도 물론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확 달아난다.
오 차장은 유통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엠디에 대한 수요가 계속 많아지고 있고, 엠디의 역할도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고객들이 소비를 주도하면서 여성 엠디의 역할과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학문이 엠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남다르다거나 유행에 민감하고 아이디어가 많다면 도전해 보십시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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