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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적질’ 수업평가 말고 ‘격려’ 담은 수업 고민해봐요

등록 2015-11-23 20:22수정 2015-11-24 09:25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5 광주수업축제’에서 김은남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5 광주수업축제’에서 김은남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강의를 하고 있다.
2015 광주수업축제 ‘수업나눔’
“수업 공개는 장기기증이다.”

교사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는 유행어다. 그만큼 수업 공개가 어렵고 꺼려진다는 뜻이다.

2011년부터 단위학교는 학기별 1회 이상 수업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공개수업을 참관한 뒤 수업협의회를 해 협의록에 남기고 연말에 수업공개 실적을 보고하도록 했다.

한 교사는 “성과급 지급에 반영되기 때문에 공개수업을 거의 의무적으로 한다”며 “그마저도 가끔 ‘서로 봤다고 하자’고 한 뒤 수업을 직접 보지 않고 평가서 항목을 체크해 제출하기도 한다”고 했다. 교사들 대부분 수업협의회에 대해 “형식적인 칭찬 뒤 ‘지적질’과 평가가 난무하다. 그렇다 보니 공개수업도 가면을 쓰고 정해진 틀대로 하게 되는데 그마저도 긴장되고 두렵다”고 말했다.

보통 수업사례 발표나 수업협의회는 수업의 내용·방법적 측면 위주로 이뤄진다. 현직교사들로 이뤄진 ‘좋은교사운동’은 수업의 기술적 측면보다 ‘성찰을 중심으로 한 수업나눔’을 제안한다. 그들의 수업비평은 전통적 수업 장학의 문제를 비판하는 데에도 맥이 닿아 있다.

학기별 1회이상 수업 공개 의무
기존에 있던 수업협의회는
수업목표 달성했나 보는 시간
‘평가’만 강조한다는 한계 남겨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
교사가 고민하는 부분 뭘까
‘이해’ 기초한 대안적 공개수업 제안
두려움 벗고 속내 나누는 기회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5 광주수업축제’에서 교사들이 수업나눔 시간에 임진묵 교사의 수업 영상을 보고 있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15 광주수업축제’에서 교사들이 수업나눔 시간에 임진묵 교사의 수업 영상을 보고 있다.
교사들 수업 새롭게 들여다본 시간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교육연수원. ‘수업을 나누다, 마음을 모으다’라는 주제로 ‘2015 광주수업축제’가 열렸다.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이하 연구소)와 광주 수업코칭연구회가 주관했으며 ‘새로운 수업 하기’가 아닌 ‘새로운 수업 보기’ 운동에 초점을 맞춘 행사였다.

기존 수업협의회는 수업을 방법론적 측면에서 평가 위주로 봤다. 수업협의회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참관자들은 ‘얼마나 잘하나 보자, 뭐 써먹을 거 없나’ 하는 분위기다. 또 지도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누가 더 수업을 잘 보고 지적하는지 경연대회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수업나눔은 이와 달리 교사 처지에서 수업을 이해하고 지지하며 성찰한다. 수업을 수업자와 분리해 분석하는 게 아니라 수업자의 내면을 중심으로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날 오후 각 학년과 과목별로 수업나눔이 진행됐다. 수업나눔의 구체적인 진행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대전지족고 임진묵 국어교사의 수업나눔에 참여했다. 참관자들은 사전에 임 교사가 쓴 성찰지를 봤다. 간략한 수업의 흐름과 수업에 대한 고민 등이 적혀 있었다. 그날 나눌 수업은 임 교사가 지난달 30일 2학년 학생들과 진행한 수업이었다. 주제는 ‘비판적 독해’ 단원을 배우기 전 논증의 원칙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수업나눔에는 20여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1년차 신규 교사부터 교감까지 경력이나 담당 교과와 상관없이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수업나눔은 딱딱한 수업평가회가 아니라 ‘토크콘서트’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평가자들 위주가 아닌 수업자가 주인공이 돼 본인의 수업 이야기를 충분히 하도록 했다. 참관자들은 수업자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동시에 본인들의 수업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교탁 앞에 선 교사 심정 함께 이해해

수업나눔은 총 4단계로 진행했다. 가장 첫단추는 ‘이해’로 수업자의 시선을 갖는 것이다. 임 교사는 수업의 의도와 고민, 아이들 상황, 수업 이후 들었던 감정 등을 간략히 설명했다. 가령, 비판적 사고에 대한 흥미를 끌기 위해 ‘조희팔 사기사건’에 대한 동영상을 골랐고, 토론 활동을 통해 논증의 원칙을 이해하도록 수업을 구성했다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것은 참관자들이 본인의 관점이 아닌 수업자의 관점에서 수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 구성이 적절한가 아닌가’ 등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수업자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업 영상을 본 뒤에는 ‘격려’를 통해 수업의 의미를 찾게 된다. 일명 ‘수업, 꽃 달아주기’라고 표현한다. 기존 수업협의회에서는 수업자한테 수업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많이 주지 않는다. 수업나눔은 수업자의 평소 신념이나 수업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게 한다. 참관자가 자기 잣대로 함부로 판단하거나 오해한 부분을 푸는 동시에 수업자를 격려하고 인정하게 하기 위해서다.

참관자들은 이날 임 교사와 학생의 관계 맺기를 칭찬했다. “학생의 말을 끊지 않고 일일이 답해주며 수업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진행됐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며 애들을 편하게 대하고 모든 모둠의 토론 결과를 살펴봄으로써 아이들이 본인들의 활동에 의미를 느끼게 했다”는 의견이 오갔다.

수업자의 고민에 머무르는 ‘직면’ 시간에는 교사들의 공감 섞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충분히 듣고 서로 나누게 된다. 임 교사는 “평소 강의식 설명과 모둠활동 사이의 딜레마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놨다. 설명을 조금만 길게 해도 아이들이 지루해하고, 활동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쫓겨서 강의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 “아이들에게 삶과 연계해 좀 더 깊이 있는 배움을 주고 싶은데 입시 위주 교육환경이나 본인의 자질이 부족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 똑같습니다.” 그 순간 한 교사가 말했다. 교사들은 임 교사의 수업을 공감하는 동시에 자신의 상황도 되돌아보고 있었다. 수업나눔에 참관한 교사는 “사실 수업은 개인의 고유한 영역이라 여기고 공개수업도 안 가는 게 예의라도 생각할 정도”라며 “동료 교사에게 좋은 자료를 나누려 해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는 생각에 망설여진다. ‘취지는 좋지만 입시는 어떻게 할 거냐’ ‘학부모들이 항의하면 어쩌냐’는 말을 들을까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참관자는 함께 깨달음을 나누고 개선해가자는 마지막 ‘도전’ 단계에서 본인의 수업을 돌아보며 새롭게 적용할 부분을 찾는다. 임 교사는 “사실 내 수업 영상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스스로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며 “전에는 수업협의회를 한다고 하면 긴장이 됐는데 내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가 놓치는 부분을 이야기해줘서 고맙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수업나눔에는 수업을 공개한 수업자 말고도 ‘수업나눔 안내자’가 있다. 이날 수업나눔 안내자를 맡은 연구소의 김효수 선임연구위원은 “수업나눔 안내자는 모든 과정을 진행하고 수업자로부터 고민과 성찰을 이끌어내는 구실을 한다”며 “수업나눔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수업나눔 안내자가 단위학교 내에 세워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현재 개별적 또는 학교 단위로 신청을 받아 수업나눔 연수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 나선 연구소의 김은남 선임연구위원은 “수업나눔은 ‘보여주기식’으로 잘 꾸며낸 수업이 아니라 교사가 자기 수업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수업나눔을 하면 교사들이 ‘직면’ 단계가 아닌 ‘격려’ 단계에서 많이 운다. 그만큼 수업이나 아이들로 인해 지쳐서 교사의 내면이 많이 무너져 있다는 걸 느낀다. 수업나눔은 교사들이 자신의 고민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정서적인 안전지대를 만들어놓아야 가능하다. 평가와 지적보다 교사와 수업에 대한 ‘이해와 격려’가 중요한 이유다.”

광주/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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