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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집에 돌아갈 버스비가 없을 땐? 교장실로 간다!

등록 2015-11-23 20:26

글로벌중 ‘학생은행’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한국글로벌중학교(이하 글로벌중) 교장실에는 학생들이 연 ‘학생은행’이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1인당 1회에 2000원, 한 달에 3회까지 돈을 대출할 수 있다. 오직 대출과 상환만 가능하고, 예금이나 저축 서비스는 없다. 오후시간 출출할 때 매점을 이용할 돈이 없거나, 집에 돌아갈 버스비가 없는 학생이 주 이용 고객이다.

자치회가 학생은행을 만들기로 한 데에는 글로벌중의 지역적 위치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함이 있었다. 학생과 교직원이 140명 정도로 적은 글로벌중은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닌 곳에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버스를 이용해 통학을 한다. 그러다 보니 깜빡하고 버스비를 집에서 챙겨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 옆 친구나 교사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았다.

깜빡하고 빌린 돈을 돌려주지 않는 등 여러 문제와 그로 인한 갈등이 생기자 학생회에서는 ‘무인은행’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나왔고, 학생들은 환영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을 시작하자 돈이 없어지는 등 관리가 어려웠다.

학생회장 박정현양은 “처음에는 학생회실 한켠이나 상담실 옆방 등 자율적인 무인은행을 시도했는데 실패했어요”라고 말했다.

“전체학생 총회를 열고 의견을 받아 교장실 안에 실명제로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을 설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죠. 학교가 작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데, 교장선생님과는 상대적으로 그럴 기회가 적어요. 그런 점에 착안해 은행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장선생님을 뵙도록 했죠.”

학생들이 만든 은행이지만 운영에는 교사들도 큰 힘을 보탰다. 20여만원의 자본금은 교직원들의 후원으로 마련했고, 장성은 교장은 학생자치회가 운영하는 은행에 무급행원으로 고용됐다. 장 교장은 은행을 찾은 학생들에게 돈을 꺼내주고, 장부에 날짜와 이름을 적도록 한다. 학생들의 기대대로 ‘교장실 안 학생은행’은 학생과 교장의 관계를 끈끈하게 해줬다.

장 교장은 “아무리 문을 열어 놓는다 해도, 학생들은 교장실을 어려워하기 일쑤”라며, “은행에서 돈을 빌리러 교장실을 찾는 학생들에게 학교생활 안부도 묻고 ‘단골’ 학생에게는 차라도 한 잔 줄 수 있어 오히려 대화기회가 많아졌다”고 웃었다.

평소 지갑을 집에 놓고 오는 경우가 많아 무인은행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성아양은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은행에 갈 때마다 교장선생님이 춤 연습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 주시기도 하고, 차를 한 잔 주시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학생은행 옆에는 기부함도 마련되어 있다. 학생들이 빌린 돈을 은행에 갚은 뒤 소정의 금액을 기부함에 넣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기부함에 모인 금액은 학생회의 이름으로 세월호 장학재단에 보낸다.

정유미 '함께하는 교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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