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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친구연애 신고하면 상”…70년대 학칙 아니고요, 요즘거랍니다

등록 2015-11-24 20:16수정 2015-11-25 08:53

인권침해·시대착오적 학칙들
관리감독 안돼 아직도 수두룩

정치 관여하면 퇴학, 벌점 받으면 급식 못 먹게 등
“헌법·학생인권조례 등 상위법 위반 학칙은
교육청이 효력정지 해야”
“우리 학교에선 교내 연애가 발각되면 교내 모든 수상에서 제외되고 봉사 등의 처벌을 받습니다.” 전남 보성 ㅂ고에 재학중인 학생이 지난 10월 학생 인권보호를 위한 시민단체들의 모임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에 보낸 제보다. 이 학생은 “교내 연애를 찾아 신고하면 상점 등 특혜를 주기도 한다. 손을 잡은 모습이 기숙사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녹화된 어느 남녀 학생은 한달 동안 기숙사 퇴사 조처와 함께 퇴학 협박을 받았는데 이게 정당한 일이냐”고 호소했다.

‘진보 교육감 2기’ 체제가 자리잡고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선 학생인권조례가 시행중이지만 ‘학교규칙’(학칙)을 이용한 인권침해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독 권한을 가진 시·도교육감이 적극적인 관리·감독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너머 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9월부터 전국 중·고교 학생들한테서 제보받은 100여건의 ‘불량 학칙’ 사례를 발표했다.

불량 학칙의 대표적인 유형은 ‘충성 강요’형이다. 강원지역의 ㅁ고는 학칙의 규정 위반 행위로 ‘국기와 조국에 대해 불손한 경우’를 두고 벌점 5점에서 심한 경우 퇴학 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은 “얼마 전 조회 시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던 중 더워서 손부채질을 했다고 벌점 5점을 받은 학생이 있다”고 고발했다. 부산의 ㅇ고 등은 ‘정치에 관여하거나 학생을 선동해 학칙을 문란하게’ 하면 퇴학 처분도 내릴 수 있도록 학칙에 규정하고 있다. 앞서 23일 대전 충남중에선 “학교 쪽의 두발 단속이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교내 소식지를 제작·배포한 학생을 학교 쪽이 징계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시대착오’형 두발·복장 규제와 연애 단속도 여전하다. 외투와 신발은 기본이고 속옷과 스타킹, 양말 색까지 학교가 정해주는 것은 물론 손톱 길이까지 제한하는 곳도 있다. 부산 ㄷ고의 한 학생은 ‘손톱 길이는 1㎜ 이하’라고 규정한 학칙을 소개하며 “저는 손톱 모양 때문에 짧게 자르면 피가 나는데 (손톱을) 점검할 때마다 짧게 깎아 무척 고생한다”고 제보했다. 성적 등으로 차별하는 ‘줄세우기’형 학칙도 학생들의 속을 태운다. 경남 창원의 ㄱ고는 직전 학기 석차 등급 평균이 상위 50%에 들지 못하면 학급 반장·부반장 자격을 박탈한다.

일부 학교에서 누적된 벌점에 ‘가중처벌’을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ㅅ중은 ‘벌점이 10점 이상이면 체육대회·축제 등 모든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전 ㅂ중에 다니는 한 학생은 “벌점을 받으면 점심에 밥을 못 먹게 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학칙 운영에 따라 학생들이 입는 피해는 쉽게 회복하기 힘들다. 벌점 누적에 따라 부당한 징계 처분을 당해 법원·교육청 등에 호소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공현 너머 운동본부 활동가는 “헌법과 학생인권조례 등 상위법을 위반하는 학칙에 대해선 교육청이 효력 정지 명령을 할 수 있게 창구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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