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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강사법’ 결국 2년 더 유예…“달라진게 아무것도 없네요”

등록 2015-12-31 21:08

‘세번째 유예’ 국회의결 소식에
계기 만든 서정민씨 유족 할말 잃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가슴이 아프네요. 남편이 마지막으로 바랐던 일인데….” 31일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박경자(50)씨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이번이 세번째 유예다. 박씨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이미 5년 7개월이 지났다.

“한국의 대학 사회가 증오스럽다. 10년 동안 지도교수의 논문 54편을 강제 대필했다”는 말을 남기고 2010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은 지방대 시간강사였다. 지도교수의 만행과 시간강사의 비참한 처지를 고발한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당시 45살)씨의 유서는 대학 사회를 뒤흔들며 강사법 제정의 도화선이 되었다. 정부와 국회는 부랴부랴 그해 10월 시간강사의 지위와 처우를 개선하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급조’된 법안은 시간강사들과 대학 관계자 양쪽 모두의 반발 속에 번번이 시행이 미뤄졌다. 대학은 비용 부담을 주장했고, 강사는 해고 위험을 호소했다. 교육부는 3년간 법 시행을 미루기만 하다 개선안도 내놓지 않고 지난 11월 또다시 유예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애초 2013년 이뤄졌어야 할 강사법 시행은 이제 2018년으로 늦춰졌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세상 속에서 바뀐 것은 서정민씨 유족의 삶뿐이다. 아버지가 떠난 뒤 이듬해, 사관생도였던 아들은 갑작스런 뇌수막염으로 쓰러져 강제전역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단기 기억상실에 시달려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박씨는 하루 12시간씩 식당에서 일하며 아픈 아들을 돌보고 있다. 생계에 짓눌리는 와중에도 박씨는 남편의 지도교수를 상대로 한 논문 대필 의혹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조선대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진행해왔다.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아 논문 대필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지난해 퇴직금 청구 소송에선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박씨는 “우리가 처음이니까 다른 시간강사들에게 힘이 되고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물러설 수가 없었다”며 “정부도 시간강사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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