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성적이 비슷하더라도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많게는 17%까지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구인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연구팀이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대학진학에서의 계층격차: 가족소득의 역할’ 논문을 보면, 고등학교 성적 상위권 학생 중 고소득층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90.8%에 이르지만 비슷한 성적의 저소득층 학생은 그보다 15.2%포인트 적은 75.6%만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이 ‘중간층’인 학생의 4년제 대학 진학률도 비슷한 성적의 고소득층 학생보다 3.5%포인트 낮은 87.3%로 나타났다. 성적이 높더라도 일부 청소년은 가정 형편 때문에 4년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있다는 추론이 나올 수 있다.
성적에 관계없이 가구소득 수준만을 고려해 살펴보면, 4년제 대학 진학률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고소득층 학생의 72.9%는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간층은 58.3%, 저소득층은 39.3%만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반면 전문대 진학률은 저소득층과 중간층이 각각 34.8%, 33.8%로 고소득층 21%보다 크게 높았다. 성적 하위권 학생의 경우에도 고소득층에선 42.0%가 4년제 대학에 진학했지만 저소득층은 25.0%만이 4년제 대학 진학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대학 진학에 있어 저소득층이 주로 소득의 제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4년제 대학 진학 결과에 있어서는 중간층도 고소득층에 비해 대학 진학의 불이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교육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도 높은 학비 부담과 신용제약 때문에 저소득층과 중간층 자녀들이 여전히 대학 진학의 장벽을 경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학자금 지원제도의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4년 서울지역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학생 895명이 2014년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10년간을 추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분석을 내놨다. 대학 진학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가 이뤄지기 전인 고교 2학년 시기의 학업성취도 평가점수를 기준으로 성적을 상중하로 나눴고, 가정의 소득 수준은 월평균 가구소득에 가족 규모를 반영한 욕구소득비를 기준으로 계층을 나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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