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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장래희망 ‘셰프’ 열풍, 자격증보다 중요한 게 있답니다

등록 2016-02-01 20:30수정 2016-02-02 11:43

요리사 꿈꾸는 아이들
요리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꿈이 확고하다면 조리 관련 학과가 있는 특성화고로 진학하는 것도 좋다. 한국호텔관광고등학교 학생들이 조리실습을 하고 있다.
  한국호텔관광고등학교 제공
요리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꿈이 확고하다면 조리 관련 학과가 있는 특성화고로 진학하는 것도 좋다. 한국호텔관광고등학교 학생들이 조리실습을 하고 있다. 한국호텔관광고등학교 제공
서울 송파구에 사는 최아무개(13)군의 꿈은 이연복 셰프처럼 유명한 중화요리사가 되는 것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별다른 꿈이 없어 장래희망란에 형식적으로 ‘과학자’를 적던 최군이 요리사를 꿈꾸게 된 건 각종 ‘쿡방’(요리하는 방송)을 보면서부터다. 최군의 엄마 이소영씨는 “요즘 아이들이 꿈이 없어 문제라는데 아들이 ‘뜨는 직업’인 요리사를 꿈꾼다니 반가웠다”고 했다.

‘쿡방’ 보며 요리 분야 꿈꿔
조리학과 경쟁률도 상승해

불·칼 다룰 줄 알고, 흥미 뚜렷해야
꿈 확실하면 특성화고 진학도
기능보다 ‘근성’ 중요한 분야

어린이·청소년들 가운데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4년 전국 초등학생 6만3862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들의 꿈으로 운동선수(21.1%), 과학자(10.5%), 의사(7.9%) 등에 이어 요리사가 6위(4.6%)를, 여학생들의 꿈으로 교사(17.8%), 연예인(11.2%)에 이어 요리사(8.5%)가 3위를 차지했다. 대학 조리학과의 경쟁률도 오르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14개 대학(경기대·경희대·가야대·가톨릭관동대·경주대·순천대·영동대·영산대·우석대·우송대·을지대·전주대·초당대·호남대) 조리 관련 학과의 올해 수시 경쟁률 평균은 8.7 대 1로 지난해(7.3 대 1)보다 올랐다. 요리학원도 어린이·청소년 대상 수업을 앞다퉈 운영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 요리학원 쪽은 “겨울방학에 ‘주니어’라고 이름을 붙인 조리 체험 캠프를 운영했는데 3차까지 진행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요리 분야로 진출해야겠다는 뜻이 비교적 확고할 경우, 특성화고 진학을 고민해보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일반계 고교에 가서 학원에 다니며 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부담도 되고, 다른 아이들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2015년 기준, 특성화고 가운데 ‘조리’ 관련 학과가 있는 곳은 약 40곳이다. 특성화고는 특정 분야 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 선택 전 이 분야 진로선택이 내게 맞는지를 정확히 판단해봐야 한다. <미래 유망 직업 콘서트>의 저자 고정민(고용노동부 고양지청 주무관)씨는 “홀랜드 직업흥미유형 여섯 가지 가운데 요리사는 ‘현실형’, ‘예술형’, ‘탐구형’에게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몸을 써서 일한다는 점에서 ‘현실형’에게 적합하고요. 음식 재료의 성분이나 특성, 조합 등을 탐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탐구형’,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고 만든 음식을 접시에 예쁘게 담는 ‘플레이팅’까지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형’이 강한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청소년들이 간과하기 쉬운데 실제로 칼이나 불을 무서워하면 일하기 어렵죠. 흔히 ‘곰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손으로 뭔가를 조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도 잘 안 맞고요.”

많은 학생들이 특성화고 진학을 위해 자격증 관련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특성화고에서 조리기능사 등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만을 뽑는 건 아니다. 1999년 우리나라 조리학교에서는 최초로 인가를 받은 조리특성화고인 한국조리과학고에는 ‘진로적성 전형’, ‘조리특기자 전형’, ‘일반 전형’ 등이 있다. ‘조리특기자 전형’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전형은 중학교 내신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등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2014년에 이 학교를 졸업하고 제주 해비치호텔에 취직해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서연희(22)씨는 “입학 때 학교에서는 중학교 때 생활기록부 등을 기초로 요리에 대한 열정, 성장가능성 등을 판단했었다. 학원을 다녀볼까도 고민했는데 안 다녀도 상관이 없었다. 입학해서 조리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서 걱정이 없었다”고 했다. 특성화고에 진학할 경우, 학교가 취업처와 학생 사이 징검다리 구실을 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서씨도 학교를 통해 지금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는데 실무를 경험하면서 공부가 더 하고 싶어져 뒤늦게 사이버대 진학을 했다.

공립 특성화고인 한국호텔관광고 호텔외식조리과도 학생 선발 방식은 비슷하다. ‘취업희망자 특별 전형’, ‘일반 전형’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일반 전형의 경우, 마치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비슷한 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김경원 교무부장은 “최근 들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문의가 오는데 그분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자격증 취득해서 오지 말고, 기초 학교 공부 열심히 하고, 책 많이 읽고, 요리사를 정말 하고 싶은 건지 잘 생각해보고 오시라고 조언합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1학년 때는 칼을 써볼 기회가 거의 없어요. 요리가 ‘서비스 분야’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술보다 중요한 게 ‘철학’, ‘태도’입니다. 일반계고처럼 국어, 영어 등 기본 공부도 제대로 시키고, 아침독서시간 등을 통해 책도 읽게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영어, 중국어 등 언어입니다. 해외로 취업할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죠.”

특성화고를 선택하지 않아도 요리사가 되는 길은 많다. 일반계고를 졸업해 학원에 다니며 대회 수상 성과로 대학진학(2년제 또는 4년제)을 하거나 취업하는 경우, 해외 유학을 가는 경우 등 사람마다 다양한 학력과 이력이 있다는 게 이 분야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4년제에도 조리학과가 있지만 전문대와 비교하면 졸업할 때 받는 학위가 다를 뿐 취업할 때는 4년제냐 2년제냐가 중요하지 않다. 실습환경, 교수진 등을 보고 판단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때론 ‘직업전문학교’에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있다. 이런 학교들은 노동부 인가 학교로 공부 과정에서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교육부 기준의 학점을 채우면 전문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지금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요리 분야 전망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정민씨는 “지금 요리 분야는 진출자가 포화상태인데 앞으로도 증가 추세로 전망이 된다. 1인가구가 늘고, 외식문화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고급스럽고 특화된 외식문화 등이 발달하는 상황에서 특화된 반조리식품 아이템이나 차별화된 요리 분야 창업 등 새로운 접근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거다”라고 했다.

요리사는 겉보기처럼 화려한 직업이 아니다. 서울 대형 호텔 주방에서 인턴 요리사로 일해본 안아무개(28)씨는 “큰 호텔에 들어가더라도 꽤 긴 시간 동안 접시를 닦는 등의 기계적인 일을 하며 정말 바닥부터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각종 매체에 나오는 셰프들의 멋진 모습만 보고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셰프들이 평균 10년~15년 이상 전쟁터 같은 주방에서 견뎌낸 사연들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또 정말 이 일을 해보고 싶다면 동네에 있는 음식점 주방을 반나절이라도 경험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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