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열린 ‘울려라! 역사 골든벨, 멈춰라! 국정교과서’ 퀴즈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스케치북에 역사 문제에 대한 답을 적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1절 역사골든벨 가보니
학생·시민 50여팀 2시간 열전
위안부·청일전쟁 등 척척 풀어
우승자 “국정교과서 그만두라”
학생·시민 50여팀 2시간 열전
위안부·청일전쟁 등 척척 풀어
우승자 “국정교과서 그만두라”
“1949년 농지개혁법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역사 골든벨 퀴즈대회의 우승팀을 가린 ‘최후의 문제’. 정답은 조봉암이었다. 진보당 당수였던 죽산 선생이 초대 농림부 장관이었다는 사실을 주관식으로 맞힌 팀은 청소년 단체 ‘여명’의 활동가 홍승희·이찬진 학생이었다. 고3이 된 홍양은 “역사 책·영화·드라마를 찾아보고 역사동아리 활동을 했다”며 “우승 소감으로 정부에 ‘국정교과서를 당장 그만두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며 웃었다.
3·1절을 맞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맞선 시민들의 발랄한 ‘역사 지식 배틀’이 벌어진 현장은 480여개 시민·학술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주최한 ‘울려라! 역사골든벨! 멈춰라! 국정교과서!’ 행사. 역사 지식을 테스트하러 왔다는 초등학생부터 ‘문화상품권 받으러 온 역사 임용고시 폐인’을 자처한 청년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2시간 동안 뜨거운 경합을 벌였다.
골든벨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의 역사 지식 수준은 주최 쪽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본선 진출 팀을 추리려고 ○× 퀴즈 다섯 문제를 냈으나 50여개 팀 가운데 단 한 팀만 탈락했다. 영화 <귀향>의 소재를 묻자 대부분이 “일본군 ‘위안부’”라고 정확한 표기를 적어 냈다. ‘제헌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립은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만들어진 ○○○○년 4월11일이다’라는 질문에도 대부분이 ‘1919년’이라고 정답을 적어 냈다.
살아남은 여섯 팀 가운데 결선 진출 팀을 가린다며 ‘청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에 삼국간섭을 단행한 세 나라’를 주관식으로 냈지만, 여섯 팀 모두 ‘러시아·프랑스·독일’이라고 정답을 적어 주최 쪽을 당황케 했다. 주최 쪽은 미리 준비한 30문제 외에 두 문제를 ‘급조’하고서야 우승팀을 가릴 수 있었다. 사회를 맡은 역사교사 김남수씨는 “국정화 반대 운동을 하면서 시민들의 역사의식과 지식수준이 굉장히 높아진 것 같다”며 감탄했다.
패자부활전 과제는 국정교과서를 주제로 한 오행시였다. 한 고교생은 “국화빵처럼 똑같은, 정답을 가진, 교, 과서로, 서울대 보내면 좋냐”고, 한 초등학생은 “국민이, 정말 원하는, 교과서는, 과제 중심이 아닌, 서민이 원하는 바른 교과서”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 김상윤(고1) 학생은 “정부가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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